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이틀간의 지하철 파업을 끝냈지만 양대 노총이 주말 동안 10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도심 시위를 예고해 극심한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노동계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주말인 11일 서울 곳곳에서 신고인원 10만 명 규모의 ‘윤석열 정권 퇴진 시위’를 연다. 민주노총은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인근에서 ‘노동자 대회 및 민중 총궐기’를 예고했다. 신고된 참가자 수는 3만5000명이다.

한국노총은 오후 1시부터 여의대로 앞 서울교와 파크원타워 일대에서 6만 명이 참가한 ‘노동자 대회’를 열기로 했다.

‘윤석열정권 퇴진운동본부’와 함께하는 민주노총은 집회 후 용산 대통령실과 서울고용노동청 등으로 가두행진을 예고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향해 ‘노란봉투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정권 퇴진도 주장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이날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주말 집회에 엄정 대응 원칙을 밝혔다. 이번 집회는 경찰이 지난 9월 ‘집회·시위 문화 개선 방안’을 발표한 뒤 처음 열리는 대규모 집회라 곳곳에서 양대 노총 노조원들과 경찰 간 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신고 범위를 벗어나거나 장시간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경우 해산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160개 경찰부대 약 1만 명을 배치하고, 가용 장비도 총동원하기로 했다. 집회 소음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전광판 차량도 투입할 예정이다.

두 집회의 신고 인원은 10만 명이지만, 민주노총 측은 최대 20만 명, 한국노총은 10만 명 집결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당일 새벽부터 세종대로 등에 무대가 설치될 예정이라 도심 곳곳에서 온종일 차량 정체가 극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찰청은 교통 혼잡에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집회·행진 구간 주변에 교통경찰 240여 명을 배치하고 혼잡이 예상되는 세종대로·통일로 일대는 가변차로를 운영할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전날 시작한 파업은 이날 오후 6시부로 종료됐다. 하지만 노조는 “공사가 인력 감축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전면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출근 시간 이후 온종일 지하철 역사는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 및 교통공사, 수도권 전철을 운영하는 코레일까지 예비 객차를 동원하는 대책을 마련했지만, 승객 수가 많은 주요 노선과 환승역을 모두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후 서울역에서 과천행 4호선을 탑승한 김모씨(53)는 “평소보다 더 빨리 움직였음에도 앉을 자리가 없고 지하철 역사도 지나치게 붐볐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퇴근길 주요 역사엔 긴 줄이 늘어섰고, 배차 간격도 평소보다 대폭 길어졌다. 공사 관계자는 “파업 참가자가 오후 6시에 출발역에서 복귀하다 보니 배차 간격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파업엔 공사 제1노조인 민주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노조만 참여했다. 제2노조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3노조인 올바른노조가 파업에 불참하면서 노조 간 커진 입장차가 드러났고, 시민들의 불만이 오롯이 교통공사 노조로 향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철오/김대훈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