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기 하남시에 들어설 K팝 전용 공연장 ‘스피어’의 건립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대폭 단축하기로 했다. 반년 이상 공사가 멈춘 경기 고양시의 ‘CJ라이브시티 아레나’도 경기도와 협의를 통해 조속한 공사 재개와 2026년 완공을 지원하기로 했다. 만성적인 K팝 공연장 부족 문제 해소의 물꼬가 트였다는 점에서 정부의 신속 행정과 규제 완화 의지를 높게 평가한다.

K팝은 세계적인 조류가 된 지 오래지만 공연장 시설만 놓고 보면 한국은 K팝 종주국이라고 하기 어렵다. 국내엔 음향시설 등을 제대로 갖춘 대규모 공연장이 사실상 전무하다. K팝 스타들은 전문 시설이 아닌 고척스카이돔이나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등 스포츠 경기장을 전전해왔다. 그마저도 야구 등 프로 스포츠 경기 시즌을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K팝 공연이 일본에서 열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도 공연장이 없어 ‘코리아 패싱’을 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규모 공연장 건설은 관광산업 활성화와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스피어는 2029년 완공 예정으로 연간 방문객 1000만 명 유치, 일자리 5만 개 이상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하남시는 기대하고 있다. CJ그룹이 글로벌 1위 아레나 운영사인 AEG와 파트너십을 맺고 추진하는 CJ라이브시티 아레나는 개장 후 10년간 약 30조원의 경제적 파급과 20만 개의 일자리 창출 등 낙수 효과가 예상된다.

우리 경제 규모와 K팝의 인기를 고려하면 3~5개 도시에 5만 석 이상의 아레나가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정부는 대규모 K팝 공연장 건립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적극 지원해 연간 8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K팝 팬덤의 경제적 가치를 국내로 끌고 와야 한다. 그리고 이번에 보여준 스피드 행정을 평소에도 구현함으로써 국내 투자 활력을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