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예정된 수순…'영풍제지 사태' 손실만 4천333억원
'해임설 부인하더니'…키움증권 황현순 대표 자진 사임(종합)
최근 증권가에서 제기된 황현순(56) 대표이사 사장의 해임설을 부인했던 키움증권이 9일 황 사장의 자진 사임을 공식 발표했다.

키움증권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황현순 사장이 대규모 미수 채권 발생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영풍제지 미수거래를 사전에 차단하지 못한 리스크 관리 소홀과 그로 인한 4천억원대의 손실 발생 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책임을 느끼고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오는 16일 정기 이사회에서 황 사장의 사임 의사에 따른 후속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키움증권은 약 일주일 전인 지난 3일 황 사장의 경질성 인사가 내부적으로 결정됐다는 언론 보도를 강하게 부인했다.

당시 키움증권은 대표이사 인사에 대해 "논의가 없으며 그 밖의 사안에 대해서도 결정된게 없다"고 강조했었다.

다만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해임설 부인에도 황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미수금 사태로 떠안아야 할 손실은 4천333억원으로,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4천248억원)을 뛰어넘는다.

영풍제지 한 종목에서만 미수금 4천943억원을 떠안게 된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로 610억원만 회수하는 데 그쳤다.

고객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도 있으나, 미수금이 발생한 계좌 대부분이 영풍제지 한 종목에만 대량의 미수를 사용한 주가조작 세력 계좌로 의심되면서 실제 회수에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황 사장은 2000년 키움증권에 입사한 후 중국 현지법인장, 키움증권 투자운용본부장, 리테일총괄본부장 겸 전략기획본부장, 그룹전략경영실장 등을 거쳐 2022년 1월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연임됐으나 회사가 두 차례나 주가조작 사건에 휘말리면서 남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8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를 이용한 '라덕연 사태'에 이어 영풍제지 사태까지 올해 주가조작 의혹에 잇달아 연루되며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