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다. 사진=뉴스1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다. 사진=뉴스1
"1주일 전만 해도 에어컨을 틀었는데 갑자기 겨울 날씨네요."

올 가을 처음으로 한파특보가 한반도를 덮친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선 코트나 패딩을 껴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나선 사람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직장인 박모씨(35)는 "어제 날씨를 생각하고 가벼운 셔츠 하나 입고 나왔다가 집에 들어가서 패딩으로 바꿔 입었다"면서 "갑자기 여름에서 겨울로 바뀐 기분"이라고 말했다.

한 주 사이에 여름에서 겨울로 계절이 뒤바뀐 상황. 7일 중부지방에 한파특보가 발령되면서 서울은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갔다. 이달 2일까지만 해도 낮 기온이 25.9도까지 오르면서 초여름 날씨 같았지만 불과 닷새 만에 초겨울 추위가 찾아온 셈이다.

날씨가 가을을 건너뛰고 바로 겨울로 접어들면서 저마다 옷장 깊숙이 넣어 둔 패딩 점퍼나 코트를 꺼내기 바빠졌다. 유통업계도 갑자기 외투를 찾는 이들이 늘자 발빠르게 겨울 신상품을 전면에 배치해 계절 특수를 노리고 있다.
서울의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패딩점퍼 등 겨울 의류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스1
서울의 중구 이마트 청계천점에서 패딩점퍼 등 겨울 의류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스1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까지 지속된 늦더위로 가을·겨울 신상품 판매가 부진했지만 최근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플리스, 패딩, 코트 등 외투 수요가 급증했다.

LF의 온라인몰 LF몰에서는 최근 한 주간(10월31일~11월6일) 겨울 외투 품목 매출은 전주 대비 약 20% 가까이 성장세를 보였다. 주로 퀼팅 재킷, 패딩 재킷, 경량 패딩 등 가벼운 겨울 제품 위주로 판매가 올랐다. 특히 LF 챔피온의 '패딩·헤비 아우터' 매출은 직전주 대비 400% 급증했다. 전년 대비로도 150% 신장했다. 군밤 모자로 불리는 방한용품 ‘바라클라바’(모자와 목도리를 결합한 디자인) 역시 전주보다 160% 더 팔려나갔다.

어그부츠(양털장화)도 인기다. 어그(UGG)의 국내 공식 판권을 보유한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지난달 어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26.7%나 신장했다. 일찍부터 어그를 장만해 놓으려는 수요로 풀이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겨울 전 미리 방한용품을 준비하는 고객들이 많아서 지난달부터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수입·판매하는 어그 부츠. 사진=신세계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수입·판매하는 어그 부츠. 사진=신세계 제공
최근까지 더위가 이어지면서 4분기 매출 하락을 우려했던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한시름 놓았다는 분위기다. 단가가 높은 겨울 의류를 앞세워 쇼핑 행사를 열 수 있게 됐다. 백화점 업계는 통상 4분기 매출이 1년 중 가장 높다. 롯데그룹이 12일까지 진행하는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통합 마케팅 행사 ‘레드페스티벌’을 비롯해 신세계그룹이 19일까지 진행되는 ‘대한민국 쓱데이’ 등은 판매 핵심 품목으로 겨울용 제품을 내세웠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