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참고 등교해요" 초등생들 금연 포스터
흡연자들은 신경도 안 쓰고 계속 흡연
[OK!제보] 상암동은 첨단도시 아닌 흡연 도시?…초등생들 금연 호소
국내 최대의 디지털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의 집적단지(DMC)인 서울 상암동이 직장인들의 무분별한 흡연으로 첨단도시의 이미지를 실추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흡연자들의 담배 연기를 참다못한 초등학생들이 금연을 호소하는 포스터를 거리에 대거 붙였음에도 아무 소용이 없다.

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상암동에 사는 초등생들은 최근 KBS미디어센터 주변 가로수에 11장의 금연 포스터를 줄지어 붙였다.

직장인들이 상습적으로 담배를 피우는 장소였다.

더욱이 길 건너에는 주거 단지와 초등학교도 있어 흡연해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

포스터를 실제 가서 보니 초등학생들은 학교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들에게 간절한 호소와 함께 따끔한 경고를 보낸 것으로 보였다.

귀여운 글씨와 그림이지만 종이에 적힌 메시지는 명확했다.

아이들은 포스터에 '학생들이 등하교 때 담배 냄새로 고통받아요' '한참 자라는 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보이지 않도록 하는 게 어른의 의무 중 하나입니다' '학교 주변 500m는 금연 구역입니다' 저희가 흡연구역을 알려드릴 테니까 거기에서 피(우)세요' '지금 당신이 피우는 작은 막대기가 세상을 망칩니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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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에 사는 자영업자 김용언(48)씨는 "초등학생들이 가로수에 무언가를 붙여 다가가 보니 '우리들은 등하교를 숨 참고 해요' '상암동은 담배 냄새가 안 나는 곳이 없어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흡연자인 나도 부끄러웠다.

아이들이 적은 문구가 어른들의 정곡을 찌르는 내용이었다"며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나중에 흡연을 배우게 되면 어쩌나 걱정됐다.

어른으로서 반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흡연이 건강에 끼치는 악영향을 알리는 포스터도 있었다.

흡연하면 폐암, 기관지염, 충치, 구내염, 구강암 등이 생긴다는 설명이 그림과 함께 포함됐다.

근처 한 카페의 점장인 정승우(33)씨는 "이 거리는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나무 사이에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 살배기 아기 엄마인 백은혜(37)씨는 "주변에 회사가 많다 보니까 직장인들이 담배를 자주 피우고 가는데, 거리를 지날 때마다 아이의 건강이 염려된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고혜경(37)씨도 "자기 회사 앞에서 흡연을 못 하는 직장인들이 주변을 찾다가 그 거리로 모이고 있다"며 "근처에 초등학교도 있는데 초등학생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 관리인인 A(40)씨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집 안으로도 담배 연기가 들어오고 등하교할 때도 담배 연기를 맡다 보니 어른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림을 그려 붙여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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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7일 오전에도 금연 포스터 앞에는 여전히 많은 흡연자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 시간 동안 거리를 관찰했는데 30명이 넘는 흡연자가 해당 장소를 찾았다.

아이들이 지나는 거리에서 어른들은 적어도 2분에 한 명꼴로 담배를 피우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초등학교와 가까운 이곳을 찾는 흡연자들의 어떤 생각을 가진 걸까.

포스터가 걸린 나무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던 이모(52)씨에게 다가가 이유를 물으니 크게 당황스러워하며 "공공장소에서는 금연해야 한다는 걸 알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담배를 피우던 김모(36)씨도 "아이들 그림이 보이긴 했지만, 너도나도 여기서 담배를 피우니까 나도 피웠다"며 "가까운 곳에 흡연구역이 있지만 연초 냄새가 옷에 배는 것이 싫어서 이렇게 넓은 거리를 찾아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보건소는 해당 장소를 '상습 흡연으로 인한 민원 다발 지역'으로 보고 7일 오전 금연을 당부하는 현수막을 게시했다.

보건소 관계자는 "흡연 민원이 자주 들어오고 있다"며 "주위에 직장인이 많고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라서 관리가 어렵다.

흡연구역이 있지만 흡연자도 다른 사람의 담배 냄새를 싫어해서 잘 이용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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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