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애브비, 아스트라제네카(AZ) 등 10개 제약사에 부적절 혹은 부정확하게 등재된 특허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그간 복제약들의 시장 진입을 막아왔던 특허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건데, 궁극적으로는 의약품 가격 인하를 위한 사전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FTC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발간하는 ‘오렌지 북’에 잘못 등재된 특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통지서를 발송했다고 지난 7일(현지시간) 밝혔다.오렌지 북은 FDA가 승인한 의약품의 명단이 담긴 발간물을 뜻한다. 오리지널 의약품, 복제약(제네릭 의약품)뿐 아니라 특허 및 관련 소송 내용도 포함돼있다. 제약사가 오렌지 북에 특허를 올리면 현행법상 통상 30개월 동안 제네릭을 포함한 경쟁의약품 도입을 막을 수 있다. 다만 등재가 부적절했을 경우 경쟁 조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FTC는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FTC는 천식 흡입기, 에피네프린 자동 주사기 등과 관련된 100개 이상의 특허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FTC가 특허 분쟁 통지서를 발송한 10개 제약사는 애브비, AZ, 베링거인겔하임, 임팍스 레버러토리스, 칼레오, 마일란 스페셜티, GSK, 테바 등이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잘못 등재된 특허는 공정하고 정직한 경쟁을 저해한다”며 “이는 의약품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렌지 북에 부적절하게 등재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제네릭 제품과의 경쟁이 차단돼 약값이 인위적으로 높아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이번 조치와 관련해 로버트 칼리프 FDA 국장은 “신약허가신청(NDA)을 받은 모든 기업에게 특허 등재가 법적 규제 요건을 준수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음을 상기시킨다”며 “FDA는 소비자 보호를 위해 FTC와의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전에도 FDA와 특허청은 의약품 가격 인하를 위한 특허 조치계획을 밝혔다. 의약품 경쟁을 저해하는 특허 문제를 해결하고, 제네릭과의 경쟁을 부당하게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취지에서다.이번 통지서 발송은 궁극적으로 의약품 가격인하를 골자로 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RA는 말 그대로 급격한 물가상승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노년층을 위한 공보험인 메디케어가 제약사에 주는 약값과 관련해 미국 공공의료보험기관(CMS)이 협상권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약가에 대한 효력은 2026년부터 시작된다. 지난 8월 미국 정부가 공개한 1차 약가 인하협상 대상 의약품에는 BMS의 엘리퀴스, 존슨앤드존슨의 스텔라라, 미국 머크(MSD)의 자누비아 등이 포함됐다.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이 기사는 2023년 11월 8일 11시10분 <한경바이오인사이트> 온라인에 게재됐습니다.
“레오파마는 덴마크 제약사 중 가장 역사가 긴 회사입니다. 앞으로도 한국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할 계획입니다.”신정범 레오파마코리아 대표는 7일 기자를 만나 “동화약품을 통해 상처치료제 후시딘을 선보이는 등 한국 기업과는 오랜 기간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JW중외제약으로부터 도입한 신약 후보 물질을 반환하는 등 부침을 겪었지만 한국 기업과의 관계는 꾸준히 유지하겠다는 취지다.레오파마는 1908년 창업한 덴마크 제약사다. 세계 하나뿐인 피부질환 치료제 전문 글로벌 제약사로 꼽힌다. 레오파마는 올해 국내 진출 12년차를 맞았다. 국내에선 후시딘 외에도 자미올, 엔스틸룸, 프로토픽 등 아토피 피부염과 건선 등의 치료제를 공급하고 있다.2019년 레오파마코리아 대표로 부임한 신 대표는 사노피, 일라이릴리, 로슈 등에서 제약 분야 이력을 쌓았다.비만약 ‘위고비’가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면서 ‘덴마크 제약사’라고 하면 누구나 노보노디스크를 떠올리는 시대가 됐다. 레오파마는 이보다 먼저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의약품을 선보인 덴마크 제약사다. 1962년 개발한 후시딘이 대표 제품으로 꼽힌다.노보노디스크가 ‘당뇨’라는 한 우물을 꾸준히 파면서 대박을 터뜨린 것처럼 레오파마도 ‘피부질환’에만 초점을 맞추는 기업이다. 바르는 건선 치료제 시장 점유율은 87%에 이른다. 바르는 아토피 치료제 점유율도 60%다. 또 다른 덴마크 제약사 룬드벡도 마찬가지다. 중추신경계(CNS) 약물이라는 한 분야에만 집중하고 있다. 신 대표는 “덴마크는 유럽 안에서 규모가 크지 않은 국가”라며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 성과를 거둔다는 면에서 덴마크 특유의 합리적 사고방식이 기업 문화에도 녹아 있다”고 했다.지난 3일 레오파마 한국법인엔 반가운 손님들이 찾았다. 덴마크산업연합(DI) 소속 최고경영자(CEO) 15명이 방한해 이곳을 방문했다. 신 대표는 “한국 투자에 관심이 있는 CEO에게 경영 환경 등을 알리는 자리였다”며 “레오파마가 현지에서 한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대표 헬스케어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올해와 내년은 레오파마에 도전이 잇따르는 시기다.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새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아트랄자’ 시판허가를 받았다. 내년 보험시장 진입을 앞두고 있다. 약가 협상에 따라 국내 실적 등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바르는 JAK억제제인 ‘델고티시닙’도 손 습진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JAK억제제는 가려움증 완화 등의 효과가 크지만 심혈관 부작용 위험 탓에 먹는 약 활용엔 제약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바르는 치료제가 늘면 이런 한계를 극복할 것이란 평가다.세계 피부질환 치료제 시장은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2023년 400억달러 규모인 이 치료제 시장은 2028년 65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오파마는 2030년까지 피부질환 치료제 시장 지위를 굳히기 위해 후보물질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 대표는 “희귀질환을 포함한 모든 피부 분야 후보 물질 확대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임상 초기 단계 물질에 연구개발(R&D) 역량을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신 대표는 “바르는 건선 치료제와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아트랄자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2025년 한국 법인 매출의 두 배 이상인 연매출 400억원을 넘기는 게 목표”라고 했다. 델고시티닙이 출시되면 2030년께 국내에서 800억원 넘는 매출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사람들이 건강한 피부를 갖도록 돕는다’는 사명처럼 피부 질환 치료 시장을 선도해 환자 삶의 질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했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일라이 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의 예상매출이 출시 2년차인 올해 6조원(48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30년 예상매출은 39조2400억원(약 300억달러)로 연평균 20%를 웃도는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6일 '마운자로:출시 2년차 예상 매출액 6조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일라이 릴리는 2022년 매출액 기준 글로벌 13위의 제약사다. 일라이 일리는 마운자로의 판매 증가와 비만 치료제로의 적응증 확대,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 도나네맙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앞두고 실적 고성장과 신약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 가치 상승에 힘입어 올해 시가총액 1위로 등극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약 705조원이다.유 연구위원은 "2028년 예상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10위로 진입할 전망인데 대사질환, 중추신경계(CNS) 질환뿐 아니라 항암제 및 면역 질환 제품들까지 보유해 질환별 포트폴리오 구성이 안정적인 것이 강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2015년 전후 대사질환 치료제의 시장성이 낮아지면서 대부분의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축소한 반면, 일라이 일리와 노보 노디스크는 연구개발을 지속했다"며 "우수한 약효를 나타내는 GLP-1수용체 작용제 기전의 신제품들을 출시하면서 퍼스트무버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일라이 릴리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7% 증가한 95억 달러로 글로벌 빅파마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매출총이익률은 80.4%에 달했다. 매출 성장에 기여하는 4개 주력제품은 마운자로와 자디앙(SGLT2 억제제), 유방암치료제 버제니오, 건선치료제 탈츠로 총 매출액의 약 41%를 차지한다. 권 연구위원은 4분기 예상 매출을 전년대비 18%증가한 87억 달러로 예상했다.그는 마운자로의 매출 성장률은 2023년 글로벌 매출액 1위로 출시 이후 줄곧 고성장하는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매출 성장률을 압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운자로의 처방 증가세는 앞서 출시된 일라이 릴리의 트룰리 시티와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 출시 이후 처방 증가세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상승하는 추세"라며 "2023년 연간 매출액은 48억 달러까지 증가해 출시 2년차(2022 년 2 분기 출시)에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등극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2030 년 마운자로 예상 매출액은 300억 달러로 연평균 20%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했다.아울러 올해말 비만치료제(터제파타이드), 2024년 1분기 알츠하이머 치매치료제(도나네맙)신약의 FDA 승인이 예상된다며 2023년 이후 3~4년은 대사 관련 치료제들(GLP-1수용체 작용제 기전의 당뇨치료제 및 비만 치료제)이 글로벌 의약품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 연구위원은 "FDA 승인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며 "2024 년에도 다수의 임상 결과가 발표되면서 터제파타이드의 상업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2024 년 11 월 완료 예정인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의 유효성 및 안전성 비교임상은 주목할만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릴리는 체중 감량 효과뿐 아니라 합병증 감소 영향을 밝히는 임상도 진행 중이며 비만 청소년에 대한 임상 결과는 2026년 2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도나네맙은 FDA의 승인을 받더라도 초기 치매 진단과 복용 기준에 맞는 환자들을 발굴하고 처방이 활성화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