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학생·동문회 파면 촉구 시위…시민단체도 고소·고발
인사위 열어 징계 여부 논의하기로…최정식 교수 "사실 말한 것"
'위안부는 자발적' 교수 발언에 경희대 철학과 '시끌'
"경희대학교는 '위안부 매춘 망언' 최정식 교수를 즉각 파면하라!"
1일 오전 9시께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서울캠퍼스 정문 앞. 경희대 철학과 동문회는 이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최정식 철학과 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30일부터 최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는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매일 오전 8시 정문 앞에 모여 선전전을 한 뒤 재학생들에게 관련 유인물을 나눠주고 문과대·정경대·학생회관 등 학내 곳곳에 대자보를 붙이는 식이다.

경희대 철학과 동문회 등에 따르면 최 교수는 강단에서 두 차례에 걸쳐 일본군 '위안부' 강제 동원을 부인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해 1학기 '서양철학의 기초' 강의에서 "일본군 '위안부' 중 자발적으로 간 사람이 다수이며 성매매 여성들을 위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당시 철학과 학생회와 동문회는 반발했고 경희대는 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이후 최 교수가 문제가 된 발언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최 교수가 올해 1학기 같은 강의에서 유사한 주장을 펼쳤다는 사실이 최근 경희대 대학신문 '대학주보' 등을 통해 다시 알려지면서 철학과 재학생과 동문회는 학교 측에 최 교수에 대한 징계를 촉구했다.

'위안부는 자발적' 교수 발언에 경희대 철학과 '시끌'
연합뉴스가 입수한 지난 3월 9일 서양철학의 기초 강의 녹취록에 따르면 최 교수는 "일본군 따라가서 매춘 행위를 한 사람들이 위안부다"라고 발언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거짓 증언을 한다는 것이냐는 학생의 질문에는 "거짓이다.

끌려간 게 아니다.

거기 가면 돈 많이 벌고 좋다 해서 자발적으로 간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이에 철학과 동문회는 세 차례에 걸쳐 최 교수의 발언을 규탄하고 징계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최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최 교수는 논란이 커지자 지난 9월 26일 대자보를 통해 "성명서들이 점점 정치적 색채를 띠더니 한 시민단체가 저를 고발했다"며 자신의 발언에 문제를 제기한 이들에 대해 "정치적 주장을 하려는 일부 동문과 외부 단체"라고 언급했다.

이어 "위안부들이 모두 공창으로 매춘했다는 주장을 한 적이 없다"면서도 "꾐에 빠져 매춘의 길로 갔다는 것은 강제로 납치됐다는 것과는 분명히 다르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정의기억연대가 최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고 경희대 측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으며 서민위는 "단체를 폄훼했다"며 최 교수를 명예훼손·모욕·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위안부는 자발적' 교수 발언에 경희대 철학과 '시끌'
경희대는 지난달 29일 교내신문을 통해 교원 인사위원회를 열고 최 교수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3일에는 부총장, 문과대 학장 등이 철학과 동문회와 첫 면담을 갖는다.

동문회 한 임원은 "최 교수가 단 한 번도 사과와 유감을 표명한 적 없다"며 "이번 학기가 끝나면 정년퇴임이다.

그 전에 파면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일본이 위안부를 납치해 끌고 간 게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 것뿐"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징계는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서민위의 고소·고발에 대해서는 "이미 조사는 받았다"며 "만약 기소가 된다면 절차에 따라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