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쇼이극장 12월 말∼1월 초에만 공연…팬들 예매 전쟁
러, '호두까기인형'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사흘 줄 서야"
러시아 문화예술의 상징 모스크바 볼쇼이극장에서 크리스마스에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을 본다는 것은 러시아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차이콥스키 음악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하는 전설적 발레 호두까기 인형 표를 구매하기 위해 매표 보름 전부터 온오프라인에서 대기 줄이 형성됐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볼쇼이극장은 지난 17일 연말 호두까기 인형 예매 일정을 공개했다.

12월 23∼28일 공연은 11월 4일 극장 매표소와 11월 5일 극장 홈페이지에서, 12월 29∼31일 공연은 11월 11일 매표소와 11월 12일 온라인에서, 1월 2∼7일 공연은 11월 18일 매표소와 11월 19일 온라인에서 각각 판매한다.

이 일정이 공개되자마자 호두까기 인형 커뮤니티 회원을 중심으로 '온라인 줄서기'가 진행됐다.

발레 팬들이 왓츠앱, 텔레그램 등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선착순으로 번호를 받아 갔다.

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온라인 줄서기의 질서가 무너진 탓에 사람들은 볼쇼이극장 앞에 직접 나와 '사전 등록'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볼쇼이 극장 매표소 앞에는 노트북을 들고 다니며 온라인 등록 여부를 확인해주는 자칭 '자원봉사자'들이 서 있다.

이들은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사전 등록을 하러 오는 사람들을 응대하고 있다.

러, '호두까기인형' 예매는 하늘의 별 따기…"사흘 줄 서야"
자원봉사자들은 이즈베스티야에 "12월 공연에는 날짜마다 1천명 이상이 대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극장은 하루 400장의 티켓을 판매하는데 두 배 이상의 사람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전 대기 번호를 받은 사람들은 티켓 판매 전날 오후 10시에 다시 볼쇼이 극장 앞 매표소에서 줄을 서야 한다.

자원봉사자의 안내에 따라 번호대로 줄을 서면 오후 11시 30분께 팔찌를 받게 된다.

이 팔찌를 차고 그다음 날 아침에 매표소 앞에 다시 줄을 서면 비로소 호두까기 인형 발레 공연 표를 구매할 수 있다.

즉 노트북을 든 자원봉사자에게 사전 대기 확인을 받고, 티켓 판매 전날 밤 팔찌를 수령하고, 티켓 판매 당일 팔찌를 차고 오는 등 볼쇼이 극장에 3번은 방문해야 호두까기 인형 공연 티켓을 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볼쇼이극장은 지정된 날짜에 매표소와 인터넷에서 표를 판매한다는 것만 안내하고 있다.

메신저 앱과 노트북을 통한 사전 대기는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규칙이다.

팬 커뮤니티 정보가 없는 사람은 공연 티켓을 구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불법 티켓 사기도 만연하다.

볼쇼이극장 공식 홈페이지를 사칭한 가짜 홈페이지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볼쇼이극장 호두까기 인형 공연에서 가장 비싼 표는 2만루블(약 30만원)인데, 이런 가짜 사이트에서는 15만루블(약 220만원)짜리 표도 판다.

호두까기 인형의 높은 인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볼쇼이극장이 연말연시뿐 아니라 연중 수시로 이 공연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