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레버리지 ETF에 8000억 뭉칫돈
국내 증시에 대한 국내외 증권사의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코스닥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최근 한 달 동안에만 8000억원어치 가까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확산, 미국 고금리 등 악재에도 국내 증시 반등에 베팅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추가 약세를 보이면 손실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한국거래소와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1개월(9월 27일~10월 30일) 사이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였다. 코스닥150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으로 개인은 이 ETF를 404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2위는 코스피200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KODEX 레버리지’로 순매수액은 3746억원이었다.

코스피200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KODEX 200’과 코스닥15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코스닥150’이 그 뒤를 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은 한 달간 KODEX 200과 KODEX 코스닥150을 각각 935억원, 36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증시 하락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품들이 개인 순매수 상위권을 싹쓸이한 셈이다. 하지만 이 기간 코스피200지수는 5.49%, 코스닥150지수는 8.67% 하락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최근 국내 증시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고, 씨티증권은 “4분기 2300선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국내 증권사들 역시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보수적인 투자를 추천하는 증권사와 달리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개인투자자가 많다”며 “변동성이 큰 레버리지 투자 비중만이라도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