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출신 건반악기 연주자 톰 스콧(왼쪽)과 조너선 스콧. 롯데문화재단 제공
영국 출신 건반악기 연주자 톰 스콧(왼쪽)과 조너선 스콧. 롯데문화재단 제공
피는 물보다 진하다. 혈연으로 뭉친 사이엔 고유의 유대감이란 게 존재한다. 합(合)이 중요한 클래식 음악계에서 핏줄로 맺어진 실력파 앙상블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이유다. 영국 출신의 2중주 팀 스콧 브라더스 듀오도 그중 하나다. 닮은 외모 때문에 종종 쌍둥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이들은 3년 터울 형제다.

형 조너선 스콧(45)과 동생 톰 스콧(42)으로 이뤄진 이 듀오의 주 종목은 건반악기. 친숙한 피아노부터 대형 성당이나 교회에서 봤을 법한 파이프 오르간, 인도의 전통 악기로 이름부터 낯선 하모니움까지. 다양한 건반악기 조합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편곡·작곡 활동까지 이어가면서 매 공연 새로운 음향으로 청중의 귀를 사로잡는다.

해외에선 이미 유명 인사다. 2007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의 전체 조회수는 6500만회를 웃돈다. 그중 오르간으로 연주한 바흐 'G선상의 아리아'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730만회를 넘어선 상태다.
영국 출신 건반악기 연주자 조너선 스콧(왼쪽)과 톰 스콧. 롯데문화재단 제공
영국 출신 건반악기 연주자 조너선 스콧(왼쪽)과 톰 스콧. 롯데문화재단 제공
스콧 브라더스 듀오가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2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음악회는 언제나 재미있어야 하고,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들의 연주 철학이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서면으로 만난 스콧 브라더스 듀오는 “음악은 언제나 신선하고 생동감 넘쳐야 한다"며 "우리가 매일 새로운 악기 조합과 작품을 고민하고, 색다른 연주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고뇌하는 이유”라고 했다.

"같은 악기, 같은 방식으로 같은 곡을 반복하는 연주론 만족할 수 없어요. 우리가 제대로 즐길 수 없다면 청중 또한 그 에너지를 온전히 느낄 수 없을 겁니다." (조너선 스콧)

오랜 기간 호흡하면서 서로 돋보이고 싶거나, 음악적 의견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순간은 없었을까. 조너선 스콧은 “우린 단 한 번도 서로에게 경쟁의식이나 우월감 같은 걸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형제인데 누가 더 잘하냐, 누구 의견이 옳은가 등을 따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음악적 결과물을 위해선 더더욱 득이 될 게 없죠. 우리는 서로에게 최고의 파트너가 되는 데에만 몰두해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선 우리 둘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요. 하하."

그 말에 톰 스콧은 “연주 스타일은 완전히 다르지만, 우리는 항상 서로를 지지한다. 매일 새로운 영감을 주는 존재가 바로 형”이라고 맞장구쳤다.
영국 출신 건반악기 연주자 톰 스콧(왼쪽)과 조너선 스콧. 롯데문화재단 제공
영국 출신 건반악기 연주자 톰 스콧(왼쪽)과 조너선 스콧. 롯데문화재단 제공
이번 내한 공연에선 조너선 스콧이 오르간 연주를, 톰 스콧이 피아노 연주를 맡는다. 공연 레퍼토리는 조너선 스콧이 편곡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서곡, 그리그 페르귄트 모음곡 1번, 드뷔시 베르가마스크 모음곡 중 ‘달빛’, 헨델 오라토리오 ‘솔로몬’ 중 ‘시바 여왕의 도착’,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등으로 채웠다.

“이번에 들려드리는 피에트로 욘의 그레고리아노 협주곡 중 ‘피날레’ 오리지널 버전은 오르간 페달 솔로가 상당히 인상적이에요. 너무나 아름답죠. ‘타임피스’란 곡은 동생이 직접 작곡한 작품이기에 의미가 있고, 상대적으로 친숙한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는 듀오 버전으로 연주하기에 더욱 뜻깊습니다. 개인적으론 ‘랩소디 인 블루’ 연주가 가장 기대됩니다.” (조너선 스콧)

스콧 브라더스 듀오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다. 바쁜 투어 일정에도 매주 유튜브 채널에 새로운 영상을 올리며 세계 곳곳의 사람들과 음악적으로 소통하고, 더 많은 이들이 클래식 음악을 편하고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음악과 연관된 애니메이션을 직접 제작해 공연하기도 한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게 된 것도, 음악에 어울리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게 된 것도 이유는 단 하나였어요. 인종과 언어, 나이를 초월해 더 많은 사람이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어려운 음악이 아닌 편안한 음악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아직은 만족할 수 없어요. 더 참신한 방식과 더 새로운 소리로 청중에게 신선한 음악적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오늘도 내일도 지치지 않고 계속 나아갈 겁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