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의 올 하반기 경기 회복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 유가와 함께 물가가 뛰어오르는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 1.4%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4%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같은 전망치다. 하지만 전쟁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 ‘상저하고’(상반기 부진했다가 하반기에 회복) 전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큰 걱정거리로는 유가가 꼽힌다. 지난 27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2.33달러(2.8%) 상승한 배럴당 85.5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일 이후 최고치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통상 2주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이 오르는데 이는 서비스가격 등 다른 물가를 직·간접적으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된다.

이로 인해 주요 경제분석 기관은 당초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를 끌어내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8월 1.3% 성장률을 전망한 한국경제연구원은 전쟁 영향이 반영되면 이마저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금리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폭등하면 실질구매력이 더욱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강한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금리 상승 부담, 불안정한 환율 움직임이 세계를 뒤흔들면 한국은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