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정기선 HD현대 사장.  /도하=김범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오른쪽)이 25일(현지시간) 한·카타르 비즈니스 포럼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가운데는 정기선 HD현대 사장. /도하=김범준 기자
HD현대중공업이 25일 카타르에너지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7척(39억달러)을 수주한 것은 단일 계약으로는 국내 조선업계 최대 규모다. HD현대중공업의 반년치 일감에 해당한다. 한국 조선사들은 올해 세계 LNG운반선 수주 시장에서 81%를 쓸어왔다. LNG운반선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카타르에너지가 추가로 발주할 LNG운반선 30척도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수주 조건을 막판 협상 중이다. 두 회사가 수주하면 올해 LNG운반선 수주 시장의 90%를 한국 조선사들이 점유하게 된다.

○카타르에서 수주 잭팟

"한화·삼성重도 30척 계약 임박"…조선 빅3 '카타르 잭팟'
카타르는 높은 석유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2008년 ‘카타르 국가비전 2030’을 발표하고 경제구조를 다각화하기 시작했다. 관련 조치 중 하나가 LNG 수출 확대다. 카타르 정부는 2027년까지 LNG 생산량을 연간 7700만t에서 1억2600만t으로 늘리기로 하고 LNG운반선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카타르에너지는 1차로 LNG운반선 65척을 발주했다. 이 중 54척을 한국 조선사들이 수주했고, 나머지는 중국 조선사가 가져갔다.

카타르에너지는 올해 2차로 LNG운반선을 발주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이 이번에 수주한 17척과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이 협상 중인 30척의 선박이 여기에 해당한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수주 선박을 울산에서 건조해 2027년부터 차례로 인도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을 자회사로 둔 조선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은 카타르에너지가 발주할 LNG운반선을 따내기 위해 이 프로젝트가 시작된 2020년부터 카타르 정부 및 카타르에너지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조선3사는 그해 카타르 국영석유회사인 카타르페트롤리엄과 2027년까지 100척 이상의 LNG운반선 건조를 위한 슬롯(도크) 예약약정서(DOA)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선3사, 올해 수주 목표 초과할 듯

HD현대중공업이 이번에 수주한 선박은 가격이 척당 2억2940만달러 정도다. 최근 LNG운반선 신조선가(2억6500만달러)보다 13% 낮다. 가계약과 비슷한 수주약정서를 카타르에너지와 이미 맺은 터라 최근 가파르게 오른 선가를 전부 반영하긴 어려웠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량 수주로 원가 절감 효과가 생겨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는 선주 요청에 따라 프로젝트마다 선박을 달리 설계해야 하는데, 이번 계약은 대량 발주여서 설계 비용, 자재 구매 비용 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말부터 이어진 조선업 수주 호황에 카타르발 훈풍까지 더해지며 한국 조선사의 일감은 넘쳐나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번 수주를 포함하면 올해 수주액이 200억달러로, 수주 목표(157억달러)를 이미 초과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협상 중인 카타르발 선박 수주에 성공하면 올해 수주 목표를 넘어설 가능성이 커진다. 조선3사는 이 같은 수주를 기반으로 2012년 이후 11년 만에 올해 동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운영·유지보수 등 선박 건조 이후 전후방 산업으로 온기 확산도 기대된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이날 “LNG운반선 건조, 유지보수 등 LNG 전후방 산업 전반의 협력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재후 기자/도하=오형주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