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경 1㎞ 6개 농장 383마리 살처분…내일 완료 목표로 2만8천마리 백신접종
방역 관계자 "확산 얼마든지 막을 수 있어…과민 반응 자제해야"
현대서산농장·한우개량사업소 차단 위해 출입통제·방역 강화
[르포] "새끼 밴 소도 많은데"…럼피스킨병 확산 서산 농민들 불안
"한 마리만 탈이 나도 눈물 나는데, 어미 배 속에 든 새끼까지 하면 100마리도 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속이 어떻겄슈?"
소 럼피스킨(Lumpy Skin·괴상피부)병이 발생한 충남 서산시 부석면 농장으로부터 2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한우 35마리를 키우고 있는 김남선(56)씨는 23일 이같이 말하며 안타까워했다.

바로 옆 농장에서는 소 70마리를 살처분한 뒤 고온·고압처리하는 렌더링(Rendering)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 농장에서 기르는 한우가 럼피스킨병에 걸린 것으로 전날 확인된 데 따른 것이다.

농장 주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놀라기도 놀란 것이지만 밤이 새도록 소를 전부 살처분하는 과정을 지켜보느라 이제 말할 기운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는 "농장 주인 부부가 죽을힘을 다해 소를 키워 하루에도 몇 마리씩 새끼를 낳기도 했는데 저렇게 됐으니 어떡하느냐"며 "임신한 암소도 여럿이라 손해가 이만저만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우리 소는 의심증세를 보이지 않아 다행인데, 주변 소독하고 백신 맞는 것 외에는 다른 수가 없다"며 "주변에 구제역이 발생했어도 우리 농장은 무사했듯이 이번에도 조용히 넘어가기만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부석면에서는 지난 20일부터 반경 1㎞ 내에 있는 6개 농장이 럼피스킨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 당국은 지금까지 이들 농장에서 기르는 383마리를 살처분했다.

많게는 한 곳에서 145마리(젖소)를 살처분하기도 했다.

[르포] "새끼 밴 소도 많은데"…럼피스킨병 확산 서산 농민들 불안
확산을 막기 위해 전날부터 백신 접종이 진행 중이다.

부석면에서 50마리 이상 기르는 14개 농장(4천40마리)에는 자가 접종할 수 있도록 백신이 공급됐으며, 50마리 미만 소규모 농장 33곳(485마리)에는 공수의들이 직접 나가 접종하고 있다.

서산시 전체적으로는 20㎞ 방역대 내에 686농가가 2만8천126마리를 기르고 있다.

대규모 농장은 이날 중, 소규모 농가는 24일까지 접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소규모 농장 접종을 위해 공수의 5명이 투입됐는데, 그마저도 일손이 부족해 수의사 출신인 최기중 서산태안축산농협 조합장까지 팔을 걷어붙였다.

최 조합장은 "가축 전염병이 발생하면 축산인들은 경제적 손실보다 하루아침에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심적 고통이 더 크다"며 "하루빨리 이 상황을 종식해 농가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우리 역할인 만큼 최대한 빨리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엄청 큰일이 벌어진 것처럼 걱정하지만, 이제는 체계를 갖춰 대응하고 있으니 얼마든지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전염병은 돌고 도는 것이고 인체에는 감염되지 않는 만큼 너무 과민 반응하지 말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르포] "새끼 밴 소도 많은데"…럼피스킨병 확산 서산 농민들 불안
부석면에는 한우 2천800여마리를 기르는 현대서산농장이 있고, 운산면에는 전국에 한우 정액을 공급하는 보증 씨수소 110마리를 포함해 2천500여마리를 관리하는 농협 한우개량사업소가 있어 서산시와 이들 기관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두 기관은 평소에도 통제하던 일반인 출입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한우개량사업소를 관통하는 도로에는 2개 초소에 차량 소독기를 설치해 가동 중이다.

한우개량사업소는 전날부터 충남·경기·인천지역으로 정액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미국·유럽 출장을 마치고 전날 오후 4시 30분 귀국한 이완섭 서산시장도 오후 7시께 서산에 도착하자마자 럼피스킨병 발생 현장을 찾아 방역 대응 태세를 점검하고, 대응 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시장은 "적절한 초기 신속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민들의 큰 피해를 사전에 막는다는 사명감을 갖고 관련 기관·단체·농가와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 빈틈없는 방역 대책을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