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최소한의 인간된 도리도 안보여…조정 안 받아들일 것"
법원, '불출석 패소' 권경애 변호사·학폭유족 간 소송 강제조정
학교폭력 소송에 불출석해 패소를 초래한 권경애 변호사를 상대로 피해자 유족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강제조정을 시도하기로 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숨진 박모 양의 어머니 이기철 씨가 권 변호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2차 조정기일을 열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강제조정)을 하기로 했다.

권 변호사는 이날 조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참여했다.

딸의 영정을 안고 법원에 출석한 이씨는 조정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권 변호사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보여주길 바란 것인데 권 변호사는 저에게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연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제조정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강제조정은 민사 소송에서 법원이 당사자들의 화해 조건을 정해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다.

한쪽이라도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식 재판 절차로 돌아간다.

이씨 측 대리인은 "조정위원이 조정안에 어떤 조건을 제시할 것인지는 오늘 알려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권 변호사 측은 이날 조정에 앞서 "원고(이씨)가 항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해 원고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했고, 2심 패소 판결을 고지하지 않아 상고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원고 측 주장은 전반적으로 인정한다"면서도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답변서에서 권 변호사 측은 "원고로부터 받은 수임료 900만원에 대해서만 피고의 과실 정도에 따라 손해배상 범위를 판단해야 한다"며 "정신적 위자료 지급과 관련해선 원고가 이 사건을 언론에 공표해 피고가 받은 정신적 충격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초부터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다른 변호사에게 재판 출석을 부탁하는 정도의 간단한 업무도 처리가 어려운 상태였다고 항변했다.

권 변호사는 2016년 이씨가 딸의 학교폭력 가해자들을 상대로 낸 민사소송을 대리했다.

이씨는 1심에서 일부 승소했지만 항소심에선 권 변호사가 변론기일에 세 차례 불출석해 작년 11월 패했다.

권 변호사가 패소 사실을 알리지 않아 유족 측이 상고하지 못한 채 판결이 확정됐다.

사태가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이씨는 올해 4월 권 변호사와 소속 법무법인, 같은 법인 변호사 2명을 상대로 2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7월 이 소송을 조정에 회부했다.

권 변호사는 이 일로 지난 6월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정직 1년의 징계를 받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