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실무' 함경우, 숨겨진 윤 대통령의 복심
지난 16일 발표된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 인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함경우 조직부총장(사진)이다. 친윤계로 당내 입지를 강화해 온 배현진 의원이 맡았던 자리를 원외 인사이면서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함 부총장이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조직부총장은 당무감사 등의 실무를 총괄하며 총선 공천 부적격자를 가리는 핵심 보직이다.

당내에서는 함 부총장이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사이 이견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일찍부터 지지하며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부터 친분을 쌓아온 함 부총장은 2021년 7월 윤 대통령의 입당과 함께 상근 정무보좌역에 임명됐다. 이후 당선인 상근보좌역까지 맡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국민의힘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등을 맡아 지역 조직 정비 업무를 해왔다.

친윤 색채가 옅어진 ‘2기 김기현 지도부’에서 함 부총장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 지도부에 윤 대통령의 의중을 정확하게 전달할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이 때문에 내년 총선 공천과 관련해 웬만한 다선 의원 이상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2000년 한나라당 사무처에 공채로 입사한 함 부총장은 지역 조직 관리에 뛰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대표가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초반의 열세를 뒤집고 승리한 배경에도 함 부총장의 지역 조직 동원력이 있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일찌감치 내다보고 초기부터 함께하는 등 전략적인 식견도 갖췄다.

2020년 총선에서 경기 고양을에 출마했지만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지금은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광주갑은 경기 동남권에서 그나마 민주당과 겨뤄볼 만한 자리”라며 “현역 의원이 아님에도 알짜 지역구를 선점한 것은 함 위원장의 실력과 당내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