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이 흐르는 밤, 경복궁 근정전 앞뜰을 거닐면 어떤 느낌일까? 마치 왕족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문득 고개를 들어 지붕 너머를 바라보면 화려한 불빛으로 반짝이는 높은 빌딩이 눈에 들어온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 바로 고궁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가을밤 궁궐의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는 서울의 3대 고궁 야간 행사를 소개한다.by 김형진 연구위원 가을밤에 찾는 경복궁 경복궁은 매년 봄과 가을에 야간 개방을 한다. 밤하늘의 별빛과 선선한 공기가 어우러진 저녁, 경복궁 흙길을 거닐다 보면 옛 왕들이 부럽지 않다. 야간 관람에서는 광화문, 흥례문, 근정전, 경회루,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아미산 권역 등 경복궁 안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경회루가 야경의 백미(白眉)다. 경회루는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시작된 곳이다. 조선의 10대 왕인 연산군이 ‘흥청’이라고 부르는 예쁘고 노래와 춤을 잘하는 여자들을 경회루에 모아 놓고 망할 때까지 놀았다는 뜻에서 유래된 말이다. 분위기에 취할 수밖에 없을 만큼 경회루의 풍경은 화려하고 웅장하다. 참, 경복궁 야간 개방 시 화장실은 한 곳(경회루 앞 매점 뒤)만 열기 때문에 입장 전에 미리 외부 화장실을 이용하면 좋다. 입장표는 매일 2700매만 발행한다. 예매를 못했을 땐 한복을 입고 가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문화재청 한복 무료 관람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자. 왕이 되어 볼까? ‘별빛 야행’ 경복궁 북쪽의 자경전, 함화당, 건청궁 등은 2016년부터 ‘경복궁 별빛 야행’ 프로그램을 통해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궁궐 부엌인 소주방에서 왕이 먹었던 12첩 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도슭 수라상’을 맛본 뒤 본격적인 야간 관람에 나선다. 집옥재와 팔우정 내부를 관람하고, 취향교를 건너는 체험은 오직 별빛 야행에서만 즐길 수 있다. 집옥재 안에서는 왕이 앉았던 의자 (용교의)에 직접 앉아 보거나 대한제국 국새(제고지보)를 찍어 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올가을에는 신청이 마감됐지만, 다음 행사 때 꼭 도전해 보자. 아름다운 풍경은 덤, 창덕궁 ‘달빛 기행 창덕궁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대표 궁궐 중 하나다. 창덕궁에서 열리는 ‘달빛 기행’은 은은한 달빛 아래 길을 밝히는 청사초롱을 들고 창덕궁 후원을 거닐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부드러운 가을밤의 정취와 달빛에 비친 창덕궁의 아름다운 풍경이 멋진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프로그램은 추첨제로 입장객을 선발한다. 취소분이 나올 때만 선착순 예매가 가능하다.
7일 경복궁에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이 함께 개최한 '2023년 경복궁 생과방' 하반기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궁중병과와 약차를 맛보고 있다.궁중다과를 즐기며 궁궐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경복궁 생과방' 프로그램은 10월 21일까지 하루 4회씩 열린다.강은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