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서 알바하며 쓴 시나리오…어둠 속에서 빛 찾는 감독 되겠다"
'화란' 김창훈 감독 "송중기 출연 번복하는 악몽 시달렸죠"
"'화란'은 제게 꿈처럼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이게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값진 경험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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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화란'을 연출한 김창훈 감독은 자신의 첫 장편 영화를 내놓는 소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작품은 올해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진출했고 최근에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초청도 받았다.

10일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첫 영화로 칸에 가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는데 그게 실제로 이뤄졌다"며 "칸 초청 소식을 듣고 모든 감각이 사라지는 기분이 들었다가, 소리를 지르다가, 울음이 터졌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화란'은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소년 연규(홍사빈 분)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더 큰 폭력과 맞닥뜨리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송중기가 '노 개런티'로 주인공이 아닌 역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송중기 배우와는 늘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어요.

기존 작품에서도 문득문득 (서늘한) 눈빛이 나왔는데, 이를 극대화한 작품을 할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개인적인 로망이 있었죠. 송중기 배우가 출연해준 덕에 이 이야기가 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감사하고 영광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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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송중기의 출연 소식을 듣고부터 "일정이 안 맞아 출연할 수 없게 됐다"는 악몽에도 종종 시달렸다며 웃었다.

'화란' 김창훈 감독 "송중기 출연 번복하는 악몽 시달렸죠"
송중기는 치건 역을 훌륭히 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맏형' 노릇도 톡톡히 했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송중기 배우가 치건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순간에 진심이었죠. 글(시나리오)로만 존재하는 캐릭터는 결국 죽은 것이잖아요.

이를 살아 숨 쉬게 하는 건 배우라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또 저뿐만 아니라 홍사빈, 김형서 배우도 첫 장편 영화다 보니까 어설픈 순간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송중기 배우가 다가와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
'화란'은 김 감독이 대학을 졸업하고 생계를 위해 모텔에서 아르바이트하던 2016년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다.

2012년 단편 '댄스 위드 마이 마더'를 선보인 이후 제작비가 없어 차기작을 내놓지 못하던 시절이었다.

김 감독은 "항상 영화를 만들겠다는 욕망이 있었기 때문에 장편 시나리오를 쓰면서 이를 해소했다"며 "생활고에 시달리다 보니 투잡, 쓰리잡을 하면서도 글을 계속 썼다"고 회상했다.

그는 사회에서 쓴맛을 본 직간접적 경험을 녹여 '화란' 시나리오를 쓸 수 있었다고 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가상의 도시가 배경인 이 영화는 내내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등장인물에도 끝없이 불행과 비극이 닥친다.

김 감독은 특히 "폭력적이고 뒤틀린 환경과 어른들이 한 사람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얼마나 큰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화란' 김창훈 감독 "송중기 출연 번복하는 악몽 시달렸죠"
김 감독이 준비 중인 다음 작품도 '화란'처럼 범죄·누아르 장르다.

그는 "범죄가 벌어졌을 때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가에 관심이 있다"며 "범죄만큼 인간의 감정을 극단으로 끌어올리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삶과 영화의 공통점은 빛과 어둠으로 이뤄졌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항상 빛을 바라보고 살지만, 사실 인생에선 어둠이 더 많지요.

어두운 순간이 없으면 실낱같은 빛이 비쳤을 때 그 가치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해요.

전 어두운 작품을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김창훈이라는 색깔 하나만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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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