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번도 넘게 왔어요"…'일본 여행'에 푹 빠진 한국인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관광산업서도 숙명의 라이벌
한국 찾은 외국인 54% "비교대상은 일본"
관광지수 세계 1위 日, 외인 관광객 韓 2배
한국이 22년 여행적자일때 일본은 8년 흑자
韓관광, 日 속도로 회복되면 GDP 0.12%↑
현실은 한국 관광객이 日 경제성장 도와
반면 만년 적자였던 일본의 여행수지는 2015년 5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2019년에는 2조7023억엔의 흑자를 내는 등 8년 연속 여행수지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관광산업의 암흑기였던 코로나19 이후 성적도 한국이 일본에 뒤진다. 7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수는 103만명으로 코로나 직전인 2019년의 71% 수준까지 회복됐다. 같은 달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232만명으로 2019년의 77.6%까지 회복됐다.
일본이 무비자 입국을 재개한게 작년 10월, 코로나 백신 증명서 같은 외국인 입국규제를 완전히 없앤 게 올해 5월에 이르러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회복속도다.
일본의 올해 1분기 여행수지가 7408억엔 흑자로 작년 4분기의 5258억엔보다 개선된 반면 한국의 여행수지는 32억4000만달러 적자로 작년 4분기의 23억달러 적자보다 악화됐다. 한국은행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과 같은 속도로 회복된다면 경제성장률이 0.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한국인 관광객이 일본의 경제성장을 돕고 있다. 2018년 한국인 관광객 754만명이 일본을 찾았다. 2위와 3위인 중국(435만명)과 베트남(429만명)을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다.
올해 8월18일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864만명 가운데 약 3분의 1에 달하는 258만명이 한국인이었다. 2위 대만(138만명)의 두 배에 달한다.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는 올 2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을 0.2%포인트 더 증가시켰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 본 사람은 없다'란 말처럼 일본을 다시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비율은 엄청나다. 2019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가운데 '이번이 첫 일본 방문'이란 응답자는 38.1%에 그쳤다. 한국인 관광객 3명 가운데 2명은 일본을 두 번 이상 방문했다는 뜻이다. 일본을 찾은 횟수가 10번 이상이라는 한국인 관광객도 11.9%에 달했다. 흔히들 관광을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한다.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어도 고용창출 효과를 낼 수 있는 고부가 가치 산업이다. 외화를 벌어들이는 관광을 '보이지 않는 무역'이라고도 한다.
외국인 관광객 1명이 쓰고 가는 돈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96개를 수출한 것과 맞먹는다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 5명을 유치하면 1500~3000cc급 중형 승용차 1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관광은 지방 소멸을 막는 방안으로도 활용된다. 국제 친선, 문화 교류, 국위 선양 등 보이지 않는 효과도 만만치 않다. 선진국 대부분이 관광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정책결정의 우선순위로 두는 이유다. 막오른 관광 한일전, 승자는?③으로 이어집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