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지명' 후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성범죄 감형 판결 등 논란
여야 극심 대립도 악재로 작용…35년 만에 임명안 부결
후보군에 오석준·이종석·조희대·홍승면 등 거론…원점 재검토 가능성도
이균용, 헌정사 두번째 대법원장 낙마…새 대법원장 다시 찾아야(종합)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6일 국회 표결을 넘지 못하면서 헌정사 두 번째 대법원장 낙마 사례가 됐다.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등 개인적 문제와 여야의 강경 대치 국면에 발목이 잡혀 결국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남부지방법원장·대전고등법원장을 거쳐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이 후보자를 8월22일 지명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관 출신이 아니고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도 없는 이 후보자 지명을 두고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대통령과의 친분으로 지명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반면 평소 강경한 어조로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판하면서 사법행정에 대한 소신을 뚜렷하게 밝혀왔다는 점에서 사법부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병존했다.

그러나 과거 일부 항소심 판결에서 성범죄 피고인의 형량을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감형해준 사실이 알려지고 배우자와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이어지면서 여론이 점차 악화했다.

처남이 운영하는 가족회사 옥산과 대성자동차학원의 비상장주식 9억9천만원 상당을 본인과 배우자, 두 자녀가 보유한 사실을 재산 신고에서 누락한 사실도 상당한 부담이 됐다.

이 후보자는 8월29일 직접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대응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일가족이 처가 회사로부터 2013년∼2022년 총 3억456만원을 배당금으로 수령했다는 사실도 청문 과정에서 추가로 공개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졌다.

지난달 19∼20일 열린 청문회에서는 자녀에게 편법 증여를 했다는 의혹과 더불어 건국절 논란 등에서 역사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표결을 하루 앞두고 사법부 수장 공백의 우려를 내세워 국회에 가결을 호소하는 한편 비상장주식을 처분하겠다는 계획도 재차 밝혔지만 부결을 면치 못했다.

여야의 극심한 정치적 대립 국면도 이 후보자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표결 날짜는 같은 달 21일에서 25일로, 다시 이날로 미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등에 뒷전으로 밀려나면서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후폭풍 속에 민주당 내에서는 자질 논란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대급부로 힘을 얻었다.

추석 연휴 이후에도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고 결국 의원 175명이 부결에 표를 던졌다.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된 것은 35년 만이다.

1988년 정기승 대법관이 여소야대 정국에서 군사정권에 협력했다는 비판 여론에 낙마한 것이 이제까지 유일했다.

이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대법원장 임명은 원점으로 돌아가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검증을 거친 인사를 윤 대통령이 지명한 후 인사청문회를 거쳐 다시 본회의에서 국회 동의를 받기까지 최소 한 달이 소요된다.

사법부 수장 자리가 12일째 비어있는 상황이라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윤 대통령이 이미 검증을 거친 인사 중 차기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후보로는 오석준 대법관, 이종석 헌법재판관, 조희대 전 대법관,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이 꼽힌다.

모두 꾸준히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다.

대통령실은 이 후보자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이들 중 일부에 대해서도 함께 검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이 차기 대법원장 후보군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법원장 후보자가 두 번 낙마하는 것은 정권 입장에서도 부담인 만큼 부결 사유로 거론된 기준들에 어긋나지 않는 후보를 새롭게 찾아보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다른 후보를 바로 지명할 경우 빠르면 10월 말∼11월 초에 청문회를 열고 11월9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을 표결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후보군을 물색해 검증하는 작업을 거친다면 대법원장 공석 사태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