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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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2월과 8월 부검 등을 담당하는 법의관 모집 공고를 냈지만 채용에 실패했다. 13명 모집에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두 차례 공개 채용에서도 지원자는 두 명에 그쳤다. 국과수 관계자는 “수억원의 연봉을 제시해도 지방 근무를 꺼리는 의사들에게 연봉 7000만~8000만원만 받고 일하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검사 폭증하는데 의사가 없다

국과수 검사 폭증하는데…법의관 지원 '0'
경찰과 국과수가 법의관 부족으로 동병상련의 처지가 됐다. 경찰은 변사자의 사망 원인 분석이 늦어지면서 수사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고 국과수는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량 증가로 퇴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5일 국과수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법의관은 33명으로 정원 51명의 6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 33명이던 법의관은 2021년 말 한 명 늘었지만 퇴사자가 나오면서 제자리걸음이다.

2022년 전체 시체 부검·검안이 8443건인 점을 감안하면 법의관 한 사람이 1년에 약 200건을 검사한 셈이다. 외국보다 부검 건수가 두 배 가량 많은 실정이다. 부검은 변사자의 사망 원인을 찾는 중요한 과학수사 기법이다.

국과수가 만성적인 법의관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는 열악한 처우 때문이다. 법의관은 보통 사무관에 해당하는 5급 전문관으로 채용된다. 야간수당 등을 모두 합쳐도 연봉이 7000만~8000만원에 불과하다. 7~8년차도 연봉이 1억원이 안 된다. 지난해 보건의료 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의사의 평균 연봉은 2억3070만원이다.

본원이 강원 원주에 있어 지방 근무를 하는 것도 지원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국과수 관계자는 “지방 근무를 이유로 강원 속초의료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에게 연봉을 4억원까지 주고 있다”며 “열정과 정의감만으로 법의관에 지원하는 의사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만성 결과 지연에 “증거 인멸” 우려

인력 부족으로 부검이 늦어지면서 수사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예를 들어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작년 10월 맡긴 부검 결과를 올해 3월에야 받았다. 북한산에서 추락사한 등산객의 타살 여부를 따지는 부검이었다. 과거 한 달이면 결과를 통보받았는데 최근에는 평균 2개월 이상 걸리고 있다는 게 일선 경찰들의 설명이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7월 인천에서 마약용 주사기 약 20개를 발견했지만 국과수에 맡긴 유전자 검사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며 “도주한 투약자들의 신원 파악이 늦어져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법의관 부족으로 국과수의 업무 처리 시간은 늘고 있다. 법의관은 부검 외에 감정 업무의 전반적인 지휘를 한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국과수 본원은 2015년 평균 9.1일이던 감정 처리 기간이 지난해 평균 13.4일로 약 4.3일 늘었다. 같은 기간 국과수 감정 의뢰는 38만6918건에서 70만856건으로 31만3938건(81.1%) 늘었다. 법의관들은 3~4년을 버티지 못하고 떠나는 경우가 많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선 경찰의 정확한 수사를 위해선 국과수의 신속한 감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이 입을 피해를 막기 위해 예산과 관련 인력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