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성에 강동원 내세워 관객 끌어…2위는 '1947 보스톤'
전체 극장 관객수는 뚝…OTT 경쟁작 등 여파
추석 연휴 극장가 승자는 '천박사'…엿새간 136만명 모아
올해 추석 연휴 대목을 맞은 극장가의 승자는 강동원 주연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이었다.

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 개봉한 '천박사'는 이달 2일까지 엿새 동안 136만여명의 관객을 모아 연휴 기간 상영작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천박사'의 선전은 개봉을 앞두고 일찌감치 예매율 선두를 달리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귀신의 존재를 안 믿는 가짜 퇴마사 천박사(강동원)가 막강한 능력의 귀신 범천(허준호)과 운명의 대결을 벌이는 이야기인 이 영화는 코미디, 액션, 오컬트, 모험 등의 요소를 고루 갖춰 오락성을 극대화했다.

이 점에서 연휴 기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 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기 배우 강동원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주효했다.

그는 능청스러운 사기꾼 연기로 웃음을 자아내고, 액션 장면에선 긴 팔다리를 활용해 시원한 느낌을 준다.

흥행작인 '검사외전'(2016)과 '전우치'(2009)에서 그가 연기한 캐릭터를 연상케 한다는 반응도 나온다.

제작비 113억원이 투입된 이 영화는 극장 관객 수를 기준으로 손익분기점이 대략 240만명이다.

추석 연휴 극장가 승자는 '천박사'…엿새간 136만명 모아
'천박사'와 같은 날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1947 보스톤'은 전날까지 65만여명의 관객을 모아 '천박사'의 뒤를 이었다.

이 영화는 해방 직후인 1947년 한국의 마라톤 선수 서윤복(임시완)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하정우)의 지도를 받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 진출해 태극기를 달고 우승한 이야기로, 실화를 토대로 했다.

역경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인 데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없어 연휴 기간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좋은 영화라는 평가를 받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실 관람객의 평가를 반영한 CGV 골든에그 지수는 96%로, 경쟁작인 '천박사'(88%)와 '거미집'(83%)보다 높다.

해외 로케이션 분량이 많은 이 영화는 제작비가 210억원에 달하고, 손익분기점은 450만명이다.

'천박사'에 밀려 손익분기점 돌파에 일단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태지만, 관객들의 호평을 바탕으로 뒷심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추석 연휴 극장가 승자는 '천박사'…엿새간 136만명 모아
'천박사', '1947 보스톤'과 지난달 27일 나란히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은 전날까지 24만여명의 관객을 모아 3위였다.

'거미집'은 1970년대 한국의 영화감독 김열(송강호)이 '거미집'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다 찍어놓은 상황에서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재촬영을 밀어붙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블랙 코미디인 이 영화는 1970년대 영화 촬영 현장을 배경으로 색다른 이야기를 그린 데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도 볼 만하다.

다만 대중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미집'의 제작비는 96억원이고, 손익분기점은 200만명이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거미집'은 영화 마니아층엔 통할 것 같지만, 상업성은 부족해 보인다"며 "추석이나 설에는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찾는 경향이 있어 진지하거나 무거운 분위기가 있으면 불리하다"고 말했다.

한편 추석 연휴 첫날인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닷새간 극장 관객 수는 258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 나흘간(9월 9∼12일) 관객 수 373만여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규모다.

상영작들의 흥행성이 작년보다 떨어지기 때문일 수 있지만, 극장보다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으로 콘텐츠를 즐기는 추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