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 열려
대관령치유의숲부터 동부시장까지…예술작품과 함께하는 강릉여행
지난 22일 찾은 강원도 강릉에 있는 국립대관령치유의숲.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맑은 공기를 마시며 나무데크를 따라 600m 정도 올라가니 흰옷을 입은 한 여성이 서 있다.

여성은 눈을 맞추며 익숙한 가요를 짧게 불러준다.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듣는 노래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제2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에서 선보이는 독일 작가 티노 세갈의 '디스 유'(This You) 퍼포먼스다.

가을을 맞아 미술 작품을 보면서 강릉 곳곳을 둘러볼 수 있는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

강릉에 본사를 둔 바이오제약회사 파마리서치가 설립한 파마리서치문화재단이 여는 행사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올해 행사는 1910년대초 강릉 김씨가 혼자의 힘으로 대관령을 넘어 서울을 다녀온 37일간의 여정을 한글로 기록한 기행문 '서유록'(西遊錄)을 주제로, 강릉 김씨처럼 강릉을 오고 간 이들의 '기행문'을 상상하는 콘셉트로 구성됐다.

시장이나 숲, 창고처럼 원래 전시 공간이 아니었던 장소들과 강릉시립미술관에 국내외 작가 13명의 작품을 배치해 자연스레 강릉 곳곳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

국립대관령치유의숲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티노 세갈은 직접 퍼포먼스를 하는 대신 인터프리터(해석자)를 고용해 연출된 상황을 재현하게 하는 식으로 작업하는 작가로, 퍼포먼스 장면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번 퍼포먼스는 10대부터 60대까지 강릉에 사는 10명의 여성 해석자가 페스티벌 기간 오전 10시부터 해가 질 때까지 돌아가며 관객들에게 노래를 들려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강릉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강릉시립미술관에서는 작가 6명의 작품을 볼 수 있다.

홍순명은 '서유록'을 남긴 강릉 김씨의 여정을 따라 '대관령 옛길'을 직접 걸으며 여행기에 언급된 장소를 방문했다.

그는 110년 전 김씨가 마주했을 풍경을 상상하고 이를 화폭으로 옮겼다.

대관령치유의숲부터 동부시장까지…예술작품과 함께하는 강릉여행
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이탈리아 파빌리온 전시에 참여했던 카멜라 알베르티 작가는 강릉에 머물며 버려진 물건과 산업 폐자재, 유기물 파편 등을 수집했고 이를 알루미늄 와이어와 석고 밴드로 연결해 새로운 혼종을 만들어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가 송신규와 임호경의 작품도 강릉시립미술관에서 선보인다.

송신규는 강릉의 오래된 재래시장이자 최초의 주상복합 건축물이었던 동부시장을 답사한 뒤 상인들의 이야기가 담긴 사물들을 종이죽으로 본뜬 오브제를 만들고 황태덕장처럼 널어 전시한다.

대관령치유의숲부터 동부시장까지…예술작품과 함께하는 강릉여행
1950년대 양곡 창고로 만들어졌던 옥천동의 웨어하우스는 박선민 작가의 영상 작업을 상영하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아픈 역사를 지닌 강릉의 노암터널을 오가는 사람들을 카메라 렌즈로 관찰한 신작 '귀와 눈: 노암'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상인들이 반겨주는 동부시장 곳곳에도 여러 작가의 작품이 놓였다.

시장 내 한 건설사의 공사장 식당인 속칭 '함바집'으로 쓰였던 곳에는 이우성 작가의 걸개그림이 걸렸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옆 창문에는 과거 식당의 '해물탕' 글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대관령치유의숲부터 동부시장까지…예술작품과 함께하는 강릉여행
강원도의 유일한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에서는 멕시코시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프란시스 알리스의 영상 작품 '모래 위 선'(Sandlines, the Story of History)을 상영한다.

이라크 아이들의 역할극을 통해 1916년 사이크스-피코 협정부터 2016년 이슬람국가(IS)의 테러 문제까지 이라크 현대사를 되짚는 작품이다.

행사 기간 매주 금∼일요일에 무료 관람할 수 있다.

모든 전시 공간은 한나절에 다 둘러볼 수 있다.

대관령치유의숲은 강릉역에서 버스로 갈 수 있고 나머지 전시 공간은 '예술바우길'을 따라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사연을 통해 선정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한 1박2일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박소희 감독은 "전시주제가 5회까지 모두 잡혀 있다"면서 "3회 행사는 (준비 기간을 고려해) 내후년 봄에 열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페스티벌은 10월29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