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대권후보가 되길 꿈꾸는 김동연 경기지사의 3대 역점사업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경기 RE100(사용 전력 재생에너지 100% 대체) 플랫폼' 구축 사업이 도의회 추경 예산에서 삭감되며 난항을 겪고 있다. 주요 공약인 배달노동자 기회소득 등의 '김동연표' 복지 사업도 복지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면서 연내 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하지만 최대 현안인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최근 주민투표를 신청하며 정해진 시계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후도지사' 자처하는 김동연

30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기존 예산 33조8103억원보다 2693억원 증액된 34조796억원으로 확정했다.

이가운데 김 지사의 역점 사업인 RE100 플랫폼 구축을 위해 편성한 175억4000만원은 도시환경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 삭감됐다.

RE100플랫폼 구축에 추경이 필요한 만큼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김 지사는 당선 이후 '기후 도지사'를 표방해왔다. 지난 4월에는 경기 RE100 선포식을 열고, 2023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높이고,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선 도 정체가 합심해야 한다"며 "의례적인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방안을 마련하고, 경기도가 기후변화문제 대응에 있어선 대한민국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모든 공공기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하고, 유휴부지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연간 13GWh 이상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기도 했다.

RE100 산단을 만들고, RE100 마을을 구축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RE100 플랫폼은 2025년까지 도내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등 기후·에너지 관련 데이터를 한곳에서 볼 수 잇는 포털을 만드는 것이다. RE100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 해나가려면 무엇보다 과학에 기반한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경기도는 2차 추경 예산에 관련 예산을 편성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예산을 구성하는 환경부 생태계 보전부담금을 올해 안으로 활용해야 불필요한 정부 제재를 막고 '경기RE100' 공약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따는 입장이다. 그러나 도의회는 세수 부족 장기화와 사업 계획 미흡 등을 이유로 내년 본예산 심의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고했다.

배달 기회소득, 복지부 '당연히 교통법규 지켜야'

김 지사는 장기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복지사업인 '기회소득' 사업도 벌이고 있다. 교통 법규를 지키는 배달노동자에게 연 120만원의 교통안전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배달원이 교통법규를 지키는 건 당연한 의무'라며 도의 복지사업 신설 신청에 대해 재협의통보를 했다. 사회보장 기본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신규 복지사업을 신설 혹은 변경할 땐 복지부의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거쳐야 한다.

경기도는 복지부와 협의를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내년에 50명 정도의 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8개월간 위험운전 행동을 측정, 기회소득을 지급할 경우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조사한 뒤 복지부와 재협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기도의 예술인 기회소득의 경우 조건부로 협의가 완료됐고, 장애인 기회소득은 복지부의 사회보장 신설협의를 통과해 지난달 말부터 지급을 개시했다. 예술인 기회소득은 중위소득 120%이하인 예술인에게 연 15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이고, 장애인 기회소득은 매주 2회 이상의 직업훈련 등의 과정을 이수하는 장애인에게 월 5만원을 1년간 지급하는 복지사업이다.

장애인 기회소득의 경우 전북이 내년부터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하는 등 확산되고 있다는 게 경기도의 설명이다.

하지만 용인시의회는 지난 14일 임시회에서 예술인 기회소득 지급 조례안을 부결하기도 했다. 도비와 시비의 매칭사업인데, 용인시에선 예술인 기회소득사업이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숫자'로 비전 제시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김 지사의 대권 가도 중 가장 프로젝트로 꼽히는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순항하고 있다. 김 지사가 당초 약점으로 꼽히던 '경기북부를 분도해야할 이유'를 지난 25일 비전 선포식을 열어 밝혔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2040년까지 213조원을 경기북부에 투자하면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을 0.31%포인트 더 높일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만들기 위한 특별법을 추진하고, 선결조선으로 꼽히는 주민투표도 공식 신청한 상황이다.

만일 경기북도가 설치된다면 공약에서부터 분도론 주장한 김 지사가 정치적 성과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김 지사는 야권 내에서 새로운 인물로 손꼽히는 잠룡"이라며 "'일잘하는 지사'라는 이미지를 쌓아온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내에 지지 새력이 없다시피 하고, 당직 경험이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건 약점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