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자동 번역해주는 AI 스타트업, 100억원 모았다[김종우의 VC 투자노트]
인공지능(AI) 기계 번역 스타트업 엑스엘에이트(XL8)가 1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26일 밝혔다. 누적 투자액은 150억원이다.

이번 라운드에는 KB인베스트먼트가 리드 투자자로 참여하였으며, 기존 투자자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후속 투자자로 참여했다. 회사는 확보한 자금으로 번역 서비스 고도화와 함께 유럽 및 중동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 영국, 터키,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무대를 넓힌 회사는 생성형 AI를 활용해 트랜스크립션 및 번역 등 현지화 과정을 간소화할 수 있는 전문가용 협업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설립된 엑스엘에이트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구어체에 특화된 번역 기술을 갖고 있다.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에 들어가는 자막의 ‘초벌 번역’ 작업을 담당한다. 이를 아이유노 같은 대형 현지화 서비스 업체(LSP)에 공급한다. 번역 영상 콘텐츠 분량은 총 80만 시간을 넘어섰고, 번역한 단어는 22억개, 지원 언어수는 45개다.

이 회사가 갖춘 경쟁력은 문맥 파악 기술에 있다. 단순히 문장만 보는 게 아니라 앞뒤 상황의 맥락을 고려해 번역하는 기술이다. 생략과 중의적인 표현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구어체를 번역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다. 대사들 외에 목소리, 몸의 움직임, 성별과 나이 등 비언어적 요소를 함께 파악하는 ‘멀티 모달리티’ 기술도 회사의 자랑거리다. 예를 들어 화자가 20대 여성이라면 그에 맞는 발화 습관을 AI가 학습해 조금 더 자연스럽게 번역하는 식이다.

투자를 이끈 이지애 KB인베스트먼트 상무는 “전 세계인들이 열광하는 콘텐츠의 공급과 수요는 국경을 넘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이에 따른 번역, 더빙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며 "AI 기술을 도입한 새로운 방식의 워크플로우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미디어 업계에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자동 번역해주는 AI 스타트업, 100억원 모았다[김종우의 VC 투자노트]
창업자인 정영훈 대표는 삼성전자와 구글 엔지니어 출신이다. 대학생 때 닷컴 버블을 겪은 정 대표는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6년여 간 회사를 다닌 뒤 2011년 미국 컬럼비아대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엔 구글에 들어가 검색팀 엔지니어로 일했다. 왜 구어체에 특화된 번역 도구는 없을지 항상 고민하다가 구글을 박차고 나와 2019년 창업에 나섰다.

정 대표는 “미디어 번역 자동화 플랫폼 ‘미디어캣’을 출시한 이후 1년간 현지화 전문가들이 겪는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소비자가 더 빠르고 쉽게 협업할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강 엑스엘에이트 한국법인장은 “라이브방송, 이커머스, 이벤트 등 번역이 필요한 국내 다양한 산업 분야 회사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자동 번역해주는 AI 스타트업, 100억원 모았다[김종우의 VC 투자노트]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