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테크 스타트업 슬로커를 창업한 김정혁 대표(왼쪽)와 김혜진 이사가 충남 서천의 한 양조장에서 한산소곡주 숙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슬로커 제공
양조테크 스타트업 슬로커를 창업한 김정혁 대표(왼쪽)와 김혜진 이사가 충남 서천의 한 양조장에서 한산소곡주 숙성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슬로커 제공
충남 천안의 청년스타트업 슬로커(대표 김정혁)가 서천군 한산면 일대 양조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유통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슬로커는 청년 창업가 김정혁 대표(36)와 김혜진 이사(32)가 만든 농업회사법인이다. 이들은 충청남도 무형문화재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 우희열의 전수자인 나장연 대표를 만나면서 한산소곡주의 매력에 빠졌다. 이들은 한국 전통주의 품질관리 문제와 영세 사업장의 경영환경 악화 등 양조산업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창업을 결심했다.

○청년들이 양조산업 혁신 위해 창업

슬로커는 2019년부터 전통주로 유명한 한산면에서 300곳에 이르는 가양주(집에서 빚은 술) 산업 데이터를 체계화해 ‘한산양조’ 아카이브(수많은 기록물 중 가치가 있는 것을 선별·보관하는 기록물)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이 회사는 69개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90여 종의 제품 테이터를 체계화해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한산소곡주를 MZ(밀레니얼+Z)세대 등 현대인들의 취향에 맞게 리브랜딩 한 제품을 개발했다.

한산소곡주는 1500년 전통이 깃든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로 예로부터 백제 왕실과 선비들이 풍류를 즐겨 마신 술로 전해진다. 연한 미색이 나고 단맛이 돌면서 점성이 있고, 들국화의 그윽하고 독특한 향을 간직한 것이 특징이다.

슬로커는 기존 700mL 용량의 제품 ‘일오백 에디션’에 실버에디션(증류주, 24도, 375mL)과 블랙에디션(약주, 16도, 375mL) 등 프리미엄 제품을 추가했다. 지역 양조장 명인과 함께 술 도수와 맛을 개선하고, 패키지를 리뉴얼한 결과다.

이 회사는 지난 7월 수도권의 전통주 페어링 펍 리파인(Refine) 매장을 시작으로 전통주 주점 등 오프라인 매장과 카카오 선물하기, 네이버 스토어 등 온라인 플랫폼으로 판로를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충남 천안의 우정힐스CC 등 골프장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MZ 취향 겨냥한 신개념 전통주 개발

다크초콜릿 향이 나는 블랙에디션은 기존 18도에서 16도로 낮추고 멸균을 통해 상온에서 2년까지 보관할 수 있다. 이 회사는 MZ세대를 겨냥해 한국의 하이볼로 불리는 ‘소곡토닉(Sogoktonic)’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하는 등 인공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천연발효주로 우리나라 주류문화를 새롭게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슬로커는 종합 양조 대행사를 목표로 창의적인 콘텐츠와 차별화한 기획력을 앞세워 전통주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기업부설 연구소를 설립, 스마트 부루어리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이 회사는 기업 간 전자상거래(B2B) 활성화를 위해 내년부터 종합 양조 대행 서비스 ‘위 크래프트’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개발자를 포함해 창업 1년 만에 8명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올해 안으로 마케팅 전문가와 경영지원 인력 3명을 추가 채용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로 했다. 김정혁 대표는 “품질 좋은 천연발효주를 젊은 층이 즐길 수 있는 제품 개발부터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통주 산업에 혁신을 불러일으키는 종합양조솔루션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