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내년 직장가입자의 건강보험료율을 올해와 같은 7.09%로 동결했다. 건보료율 동결은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2000년 7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 이후로는 2009년과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자영업자 등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산정할 때 반영되는 보험료 부과점수당 금액도 올해와 같은 208.4원으로 동결했다.

정부는 최근 건보료가 빠르게 늘며 가계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8년 11만2635원이던 직장가입자의 가구당 월평균 보험료는 작년 6월 기준 14만4425원으로 연평균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료율 인상률이 연평균 2.7% 수준인 걸 감안하면 실제 보험료 부담은 2~3배 이상 컸다.

건강보험 재정이 최근 2년간 흑자를 기록한 데다 당초 적자전환이 예상된 올해도 흑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점도 이번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은 지난해 12월 기준 23조8701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코로나19 기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병원 방문 수요가 줄면서 2021~2022년 2년 연속으로 흑자를 낸 덕이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올해 건강보험 수지는 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2조원에 육박하는 흑자를 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점도 건보료율 동결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로 2028년 건보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건보료율을 동결하는 건 ‘조삼모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나중에 건보료 인상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해선 불필요한 과잉 진료를 막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정부 때 건강보험 보장을 대폭 확대한 ‘문재인 케어’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검사와 관련한 건강보험 급여 지출이 대폭 늘었다. 하루 한 번 이상 병원을 다니는 ‘의료 쇼핑족’과 국내 체류 중국인의 ‘건강보험 쇼핑’도 손봐야 할 대상으로 꼽힌다.

황정환/허세민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