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를 타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미끄러지고 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재차 부각되며 투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글로벌 투자은행(IB)은 인공지능(AI)산업 성장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목표주가를 대폭 높이고 있다. 반도체 투톱이 반등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6만전자’ 돌아간 삼성전자

또 6만전자 됐는데…골드만 "삼전 9만원 간다"
21일 삼성전자는 1.01% 내린 6만8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1.27% 내린 11만6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7만원 선을 회복하기도 했으나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6만전자’로 돌아갔다. SK하이닉스도 이번주에만 5% 하락하며 한 달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업황 회복 지연 우려, 미국 금리 상승 등이 얽히며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는 분석이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가 오르려면 외국인 자금이 한국에 들어와야 하는데 미국 금리가 급등하면서 투자금 유입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날 2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5.19%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미국 채권 수익률이 높아지면 외국인 입장에서 신흥국 주식시장에 투자할 유인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목표가 21만원 등장

글로벌 IB는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AI 관련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급성장이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는 전날 SK하이닉스 목표가를 기존 17만원에서 21만원으로 높이고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종가 대비 상승 여력은 80%에 달한다. 국내 증권사(평균 14만원)는 물론 해외 다른 IB와 비교해도 가장 높다. 이날 골드만삭스도 SK하이닉스 목표가를 16만원으로 제시하고 ‘매수’ 의견을 밝혔다. 지난 7월 말 목표가는 15만5000원이었다.

글로벌 IB들은 하이닉스 목표주가 인상 근거로 HBM 경쟁력을 들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하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외국계 IB들이 목표주가를 올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삼성전자 목표가를 9만3000원으로 높이고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7월 말 목표가는 8만8000원이었다. 삼성전자가 HBM 분야 후발주자지만 2025년께 SK하이닉스를 따라잡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씨티증권은 지난달 말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높였다. 파운드리, HBM, 첨단 패키징을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강점으로 꼽았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