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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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펀드명'과 '실제 투자자산의 성격'이 일치하도록 하는 규제가 발효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일(현지시간) "앞으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펀드의 사기성 마케팅에 대해 단속하겠다"며 관련 규칙을 의결했다. 뮤추얼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규제 대상이다. 현재 미국 가구의 55% 이상(미국 개인투자자 1억2000만명 이상)이 이 같은 펀드들에 투자하고 있다. SEC은 작년 5월 초안을 발표한 뒤 업계 의견 등을 수렴 반영해 이날 수정안을 최종 의결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성장' '가치' '인공지능(AI)' 등의 단어를 포함하거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를 활용해 투자한다고 광고하는 펀드들은 운용자산의 80%가 펀드명과 일치해야 한다. SEC은 "이번 규제를 적용받는 펀드는 전체 펀드의 76%에 달한다"고 밝혔다. SEC은 대신 운용사들이 '80% 기준'을 충족할 수 있도록 유예하는 기간을 당초 30일에서 90일로 늘렸다.

또한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특정 용어에 관한 합리적인 정의를 미리 설정해 투자자들에게 '80% 기준'을 어떻게 준수할 계획인지 설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는 펀드별로 용어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업계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당초 글로벌 펀드도 적용 대상이었지만, 글로벌 펀드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해당 조항은 삭제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펀드들에 '주식' '채권' '유럽' 등 유형적 단어 사용에 관한 규정만 규율하고 특정 주제별 투자 전략에 관한 단어 사용 규정은 제외했던 미국의 '펀드명 규칙'이 20년 만에 개정됐다"고 전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이번 규칙의 의의는 펀드 광고의 진실성을 확보한다는 데 있다"며 "펀드 발행 및 운용사와 투자자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비판이 잇따고 있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아무런 의미없는 이름을 사용하는 펀드가 늘어나 오히려 투자자 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펀드업계 주요단체인 투자회사협회(ICI)의 에릭 팬 최고경영자(CEO)는 "운용사와 펀드 매니저는 펀드명을 구성하는 주관적인 용어와 실제 운용자산의 성격이 일치하는지 일일이 SEC에 재검토를 받아야 한다"며 "이는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키고 투자 대응 속도를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