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교육부와 함께 '문해 자랑 대찬지' 평창서 개최
만학도 손가락으로 쓴 인생사, 작품으로 활짝 꽃 피다
"사랑하는 딸아. 네가 있는 하늘에도 우체통 있겠지? 엄마는 너에게 편지 쓰고 싶은 마음에 오늘도 열심히 공부하러 간다.

"
늦깎이 학생들의 절절한 인생 사연이 작품으로 재탄생해 시민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강원특별자치도와 교육부는 20일 평창국민체육센터에서 성인 문해교육 학습자와 문해교사, 관계자 등 600여명을 초청해 '2023 문해 자랑 대잔치 - 청춘만개'를 개최했다.

행사장 입구에는 만학도들의 시화 작품 20여 점이 전시돼 관람객 눈길을 끌었다.

작품에는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느낀 행복과 가족에 대한 사랑, 굴곡진 인생을 돌아보며 느낀 여러 감정, 먼저 하늘로 떠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 남은 삶에 대한 희망과 각오 등이 어르신들의 비뚠 글씨로 고스란히 담겼다.

특히 삼척 도계 노인복지관 이옥자 할머니의 '암을 물리친 글씨'라는 작품은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 지내는 남편, 휠체어를 타고 남편을 간호해야 하는 자신의 상황, 청천벽력 같은 유방암 진단 등 어려움 속에서도 문해교육을 통한 배움의 희망을 노래해 교육부 장관상을 받았다.

만학도 손가락으로 쓴 인생사, 작품으로 활짝 꽃 피다
영월 주천면의 김재순 할머니는 '아리송한 한글'을 통해 "낫·낮·낯이 같은 말인 줄 알았는데 '낫'은 풀 베는 낫, '낮'은 밤과 낮을 나눌 때, '낯'은 예쁜 우리 손주 얼굴"이라고 풀어내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했다.

행사에 참석한 도 교육청 관계자는 "늦게 한글을 깨치신 어르신들의 시가 눈물 나게 한다"며 "비뚠 글씨 속에 녹아든 인생사가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한참 붙들어뒀다"고 말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한글을 읽고 쓰지 못하던 인생 속에서 배움의 기회를 얻은 어르신들의 시화 작품들을 온오프라인에서 전시해 문해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히고 학습 동기를 높일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