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59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환평형기금 20조원을 끌어다 쓰기로 하면서 ‘외환시장 방파제를 허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강달러(원·달러 환율 상승)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외평기금을 끌어다 써도 외환시장 대응에 지장이 없다고 해명하고 있다.

"세수부족분, 외평기금으로 메워도 시장 지장 없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환시장이 급변할 가능성이 극히 희박한 상황에서 쌓아둔 30조원가량의 원화는 당분간 ‘실탄’으로 쓸 일이 없다”며 “내년에 원화 외평채 발행 한도 역시 18조원에 달할 예정이어서 환율 급변 시 대응에 지장이 없다”고 19일 말했다. 외환당국은 올 1분기 외환시장에서 21억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작년 순매도액은 458억6700만달러였다. 외환당국이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달러를 팔아 받은 원화 자산이 63조원(연평균 환율 기준)에 달한다는 뜻이다. 외환시장 방어에 외평기금과 한국은행 보유 외환이 원칙적으로 절반씩 동원되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부터 이 기간 외평기금에 추가로 쌓인 원화는 30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대 초반이었던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두 배가량인 4183억달러(9월 기준)에 달하기 때문에 20조원가량을 외평기금에서 인출해도 지장이 없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외평기금이 원화 자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공자기금에서 보내는 자금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재부는 전례 없는 동원 방식이라는 지적에도 반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자기금에서 만기 10년의 고금리에 빌린 외평기금 자금을 수차례 조기 상환하려 했지만 보유한 원화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작년부터 강달러로 30조원의 추가 원화가 쌓였기 때문에 동원할 여력이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엔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재원이 부족하자 외평기금에서 2조8000억원을 조달했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외평기금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방식이 일상적이라는 점 역시 강조했다. 미국은 1930년대 조성된 환율안정기금(ESF)을 재무부가 의회 승인 없이 쓸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기업 대출을 내줄 때 이 돈이 쓰였다. 일본의 외평기금도 일반회계로 전환해 세계 잉여금처럼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기재부 설명이다.

기재부는 외평기금을 끌어다 쓰면 조달비용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보다 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훨씬 낮다고 강조했다. 만약 세수 펑크를 해결하기 위해 20조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국채를 발행할 경우 국채시장의 혼란과 함께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는 기업들의 조달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예정에 없던 20조원어치의 국고채가 발행되면 기업들의 조달금리도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