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이란계좌로 8조원 이체…한·이란관계 최대 악재 일단락 평가
"인도적 목적으로 사용 예정"…"카타르·스위스 등 역할에 사의"
정부 "이란과 관계발전 기대"…4년 끈 동결자금 문제 해결(종합2보)
그동안 대(對)이란 제재로 국내에 동결됐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이 해제돼 카타르로 이전됐다.

그동안 한·이란 관계 악화 요인이었던 동결자금 문제가 일단 해결되면서 양국관계 정상화의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9일 외교부와 기획재정부 공동보도자료를 내고 "그간 대이란 금융제재로 인해 한국에 동결되어 있던 이란 자금이 관련국 간의 긴밀한 협조하에 최근 제3국으로 성공적으로 이전됐다"며 이전 완료를 공식 확인했다.

정부는 "이 자금이 이란 국민의 소유라는 명확한 인식 아래, 동결자금 문제의 궁극적 해결을 위해서 관련국과의 외교적 소통과 협의를 지속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동결자금 문제 해결은 당사국들뿐만 아니라, 카타르·스위스 등 제3국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던 바, 정부는 이들 국가의 건설적 역할에 각별한 사의를 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이란은 전날 수감자를 맞교환하면서 그간 원화로 한국 내 은행에 묶여 있던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약 60억달러(약 8조원)를 스위스 계좌를 거쳐 유로화로 카타르 은행의 이란 계좌에 송금하는 절차를 완료했다.

최종 수탁지는 카타르의 상업은행이며, 카타르로의 자금 이전은 여러 차례 나눠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이란 간 인도적 교역에 필요한 금액 등 일부 잔액 이외에 대부분의 금액이 이전됐다"고 설명했다.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은 한국 내 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등 이란 금융기관의 원화결제계좌에 예치돼 과거 양국의 무역 결제에 쓰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복원으로 2019년 5월부터 동결된 상태였다.

정부는 그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년간 다각도로 외교적 노력을 해 왔다.

지난달 카타르의 중재로 미국과 이란이 한국 내 동결자금을 풀어주고 수감자를 맞교환하자고 합의하면서 해결의 전기가 마련됐다.

이란은 이전된 자금을 식량과 의약품, 의료기기 구매 등 인도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동결자금을 갖고 제재 예외가 인정되는 인도적 물자를 거래하는 것은 한국 정부도 이전부터 사용한 우회책이다.

그러나 카타르로 이전된 자금은 유로화로 돼 있어 활용이 더 용이하다는 차이가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국은 달러 베이스로 환전이 이뤄지는데 카타르 계좌는 유로화 베이스라 인도적 지원 폭이 더 넓다"며 "이란 국민들의 인도적 물품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적 교역이나 이란의 유엔 분담금 대납 등 그간 한국 정부가 우회책으로 소진한 액수는 막대한 동결자금 규모에 견주면 제한적이었다.

이런 까닭에 이란은 다양한 방식으로 한국에 문제 해결을 거세게 압박해 왔다.

지난 2021년 이란 혁명수비대가 오만 인근 해역에서 한국 국적 선박을 억류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이란 관계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동결자금 문제가 해소된 만큼 정부는 앞으로 이란과 가능한 범위에서 우호관계 복원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란이 동결자금에 대해 이자를 청구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는 등 아직 앙금도 남아 있다.

정부는 "이번 동결자금 이전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향후 보다 발전되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018년 이래 (한·이란간) 최대 양자 현안이 해결됨에 따라 양국 관계 개선·발전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미국의 대이란제재가 계속되고 있고 우리 기업의 대이란 교역·투자 활동이 아직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이란과 관계발전 기대"…4년 끈 동결자금 문제 해결(종합2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