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원전 조기 폐쇄 의혹 재판서 산업부 국장 이어 과장도 증언
"월성 폐쇄 위해 에너지계획 수정 요청하자 청와대 오지 말라고"
산업부가 월성 1호기 원전(이하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이행을 위해서는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기본)을 먼저 수정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채희봉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이 '그럴 거면 청와대에 오지 말라'며 질책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당시 산업부 과장급 공무원 A씨는 19일 대전지법 형사11부(최석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채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A씨는 검사가 "산업부 서기관 진술에 의하면 채 비서관이 에기본 수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논란이 예상돼 적절치 않다며, 에기본 수정하겠다고 말하려면 청와대에 오지 말라고 했다는데 맞느냐"고 묻자 "맞다.

부정적인 의견을 강하게 표시했다"고 말했다.

A씨는 "실무자로서 일을 추진하기 편했기 때문에 에기본 우선 수정 방안을 요구했다.

실무자로서는 가장 부담되는 것이 행정지도 방안"이라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배임 부담 때문에 스스로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워 정부에서 근거나 명분을 마련해 한수원에 행정지도를 명확히 해주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의 상관인 B 국장도 "한수원에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이행 명분을 주기 위해 원전 비중을 축소하는 것으로 에기본을 변경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청와대 에너지전환 TF에 보고했지만, 채 전 비서관께서 수정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논란만 가져올 수 있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전해 들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당시 한수원은 법적 근거 없이 자발적으로 월성 원전을 조기 폐쇄하겠다는 의향을 제출할 경우 경영진과 한수원 이사들의 법적 책임이 제기될 것을 우려했고, 이에 따라 산업부는 월성 1호기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불확실 설비로 반영해 자발적으로 조기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8차 전력수급계획의 상위 행정계획인 2차 에기본(2014년 수립, 2035년까지 원전 비중을 29%로 설정)과 상충하는 등 정합성 문제가 있어 에기본을 먼저 수정하는 방안을 보고했는데, 채 전 비서관이 반대해 산업부가 결국 에너지전환 로드맵(탈원전) 추진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날 검찰 측 증인 신문 과정에서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 변호인은 "검사님은 증인에게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백운규에게 보여준 보고서…'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전부 수식어에 넣어 유도신문을 하고 있다"며 "증인이 '예'라고 대답하면 어디까지 동조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도 "저도 들으면서 유도신문으로 보이는 질문들이 많았다.

질문할 때 끊어서 물어보라"고 검사에게 요청했다.

채 전 비서관과 백 전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은 월성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것이 한수원에 더 이익인 상황에서 정부 국정과제를 신속히 추진한다는 목표로 한수원에 월성 원전 조기 폐쇄 의향을 담은 설비현황조사표를 제출하게 하고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업무 방해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