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바리한 '폐급' 실감나게 연기…"계속 변신하고 도전하고 싶어"
'신병2' 김민호 "'박민석인지 못 알아보겠다'는 말 가장 기뻐"
"사실 저를 알아봐 주시는 것보다 못 알아봐 주시면 좋겠어요.

아, 이 사람이 그 사람이었어?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아요.

"
최근 종영한 ENA 드라마 '신병' 시즌2의 주인공 박민석 일병은 흔치 않은 외모와 목소리, 행동거지의 인물이다.

늘 어눌하고 허술한 일처리 솜씨에 뭐든 한 박자 느리게 알아채는 눈치, 굼뜬 행동으로 선임들에게 '폐급'이라는 핀잔을 듣는다.

그런 박민석으로 변신했던 배우 김민호는 최근 강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다른 작품에 출연하면 '이 사람이 박민석하고 같은 배우라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호는 "제가 좋아하는 배우들은 모두 다양한 역할로 변신한다"며 "저 역시 계속 모습을 바꾸고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 말처럼 김민호는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2020)에서는 일진 고등학생을 연기했다가 영화 '육사오'(2022)에선 남한 사정을 훤히 아는 능글맞은 북한군으로 변신했고, '신병' 시리즈에서는 전혀 다른 인상의 박민석으로 변신했다.

'신병2' 김민호 "'박민석인지 못 알아보겠다'는 말 가장 기뻐"
드라마 '신병' 시리즈는 유명 유튜브 채널 '장삐쭈'에 연재된 같은 제목의 애니메이션이 원작이다.

군에서 벌어지는 부조리를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섬뜩할 만큼 사실적으로 풀어내 회차별로 최대 1천800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원작의 인기가 높은 만큼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부담도 클 수밖에 없었다.

김민호는 "원작이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까 욕을 덜 먹는 게 목표였을 정도였다"며 "그런데 시즌1이 굉장히 많은 사랑받아서 도리어 어안이 벙벙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시즌2에서는 부담감이 덜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했다"며 "시즌1이 사랑받은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데다가 분명히 이전 시즌과 달라진 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민석이는 어리바리하면서도 밉상은 아니고 귀여운 인물"이라며 "마냥 답답하게만 보이면 안 되고 특유의 개성과 사랑스러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인물을 분석했다.

그러면서 "시즌2에서 후임인 차병호(강효승)를 혼내는 모습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행동들이 약간 밉상이면서도 미워할 수는 없는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보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신병2' 김민호 "'박민석인지 못 알아보겠다'는 말 가장 기뻐"
김민호를 비롯한 배우들의 세심한 인물 분석과 노력 덕분에 '신병'은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애니메이션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김민호가 연기한 주인공 박민석과 최일구(남태우), 임다혜(전승훈), 오석진(이상진) 등은 '만화를 찢고 나온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시즌2는 박민석이 속한 중대에 원리원칙을 내세우는 오승윤(김지석) 대위가 새 중대장으로 오고, 누군가 그에게 중대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마음의 편지'를 쓰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상병들과 병장들이 마음의 편지를 누가 썼는지 색출하기 시작하자, 일병과 이병들은 박민석이 마음의 편지를 썼다고 누명을 씌운다.

박민석은 누구에게나 만만한 데다가 아버지가 사단장이라서 선임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인물이라 자연스레 마음의 편지 작성자로 지목된다.

김민호는 특유의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와 말투로 "저 진짜 아닙니다"를 반복하며 박민석의 억울한 감정을 표현했다.

독특한 목소리를 내면서도 뚜렷한 발음으로 대사를 분명하게 전달해 호평받았다.

김민호는 "동료 배우나 영화사 관계자들이 박민석이 어눌한 말투에 뭔가를 먹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면서도 발음이 너무 좋았다고 얘기해주셨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신병' 시즌1 방송 후 열린 백상예술대상 제59회 신인연기상 후보에도 올랐다.

'신병2' 김민호 "'박민석인지 못 알아보겠다'는 말 가장 기뻐"
시즌1에서 최고 1.2%였던 '신병'의 시청률은 시즌2에서 최고 3.6%까지 치솟았다.

시즌1이 새 중대장의 뒷모습을 비추며 마무리했던 것처럼 시즌2는 부대에 새로 온 신병의 뒷모습을 비추며 끝나 시즌3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신병' 시즌2의 마지막 장면에 뒷모습만 등장한 신병이 누구인지 묻자, 김민호는 단호한 목소리로 "군사 기밀입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