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 조작은 국기 문란에 해당한다. 통계 조작을 했다가 ‘못 믿을 나라’ 취급을 받는 것은 물론 국가 신용도가 하락하기도 한다.

그리스가 대표적이다. 그리스 정부는 2000년 6월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위해 12.5%에 달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6%로 축소했다. 이 같은 조작은 2009년 EU 회계 실사에서 적발됐다. EU 가입 이후 환율 조절 능력을 잃은 채 국가부채만 늘어가던 그리스는 2010년 결국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리스의 국가부도가 통계 조작에서 시작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아르헨티나도 통계 조작으로 신뢰도를 갉아먹은 사례다. IMF는 2013년 아르헨티나를 ‘경제지표 조작국’으로 규정하고 자금 지원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아르헨티나 정부가 2012년 25%대에 이른 인플레이션율을 10.8%로 축소해 고의적으로 대외 채무 부담을 줄이는 등 통계 조작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포퓰리즘 성향이 강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정부(2007~2015년)가 경제 실정을 감추려는 목적으로 통계를 악용했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IMF의 불신임 결정 이후 통계 조작을 주도한 기예르모 모레노 당시 상무장관은 직무유기·권한남용 혐의로 기소됐고, 내각에서 쫓겨났다. 2015년 출범한 마우리시오 마크리 정부는 곧장 통계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계청장을 교체하는 등 사건 연루자를 처벌했다. 아르헨티나는 2016년에야 IMF의 불신임 조치에서 벗어났다.

중국도 통계 측면에서 신뢰도가 떨어지는 나라로 꼽힌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달부터 청년실업률 발표를 중단했다.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이 21.3%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그동안 매달 발표해온 통계에서 연령대별 실업률을 제외해버린 것이다. 중국 정부는 “고용 상황을 더욱 잘 반영하기 위해 통계 방식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청년 실업률이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자 불리한 통계를 아예 감춰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사망자와 환자 수치를 국민들이 체감하는 수치와 다르게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통계 표본도 수시로 바꿨다는 지적을 받았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