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 리보세라닙 다음 행보는? 'CAR-T·주사제·AI'
"마치 떼를 지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정어리 떼처럼 전문연구원들이 가진 지식과 경험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될 수 있도록 HLB 바이오 에코시스템(HBS)을 구축했습니다. 이런 유기적 시스템을 구축해 리보세라닙 다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와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인공지능(AI) 신약개발 플랫폼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진양곤 HLB 회장은 1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위크 2023(KIW 2023)'에서 수많은 전문인력의 역량을 통합해 신약개발 전반에 대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6월 기준 42개 계열사를 보유한 HLB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3년간 엘레바, 이뮤노믹, 베리스모 등 국내외 알짜 바이오기업을 인수했다.

진 회장은 "항암제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있지만 또 다른 새롭고 중요한 기술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HLB 미국 자회사인 베리스모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CAR-T 치료제는 킴리아를 개발한 펜실베니아 연구진와 함께 고형암으로 확장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위고비, 삭센다 등 최근 화두가 된 치료제의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플랫폼 기술도 있다. 진 회장은 "HLB제약은 1회 주사만으로 한 달 이상의 약효를 지속할 수 있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혈전증 치료제인 엘리퀴스를 장기지속형 주사제로 개발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비만 치료제에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접목하면 부작용을 낮추고 환자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 회장은 AI 기반 신약개발 솔루션 기업 파미노젠의 가능성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파미노젠은 세계 최대 규모인 4000억 건의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며 "신약 예비 화합물, 질환 유전자, 생체내 단백질 등 18조 개의 생화학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HLB는 간암치료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현재 FDA 본심사에 진입한 상황으로 지난 8월 리보세라닙 완제품 생산공장에 대한 FDA 실사를 마쳤다. 진 회장은 "예상컨데 늦어도 내년 5월 중순 전에 허가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 회장은 지난 신약개발에 몰두했던 지난 16년의 시간을 '조롱과 비아냥의 역사'라고 회상했다. 그는 "많은 전문가들이 라이선스 아웃 만이 답인 것처럼 말하며 끝까지 신약을 개발하겠다고 했을 때 비난했다"며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관련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신약개발 능력을 끌어올린 결과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HLB는 리보세라닙이 예정되로 승인을 받으면 5년 뒤인 2029년 한해 매출 3조 원, 영업이익 2조700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 회장은 "16년간 번데기였던 HLB가 고치를 벗어나 한국 바이오 산업 역사상 첫 글로벌 항암제라는 나비로 변신할 것"이라며 "HLB가 한국 바이오 산업의 결정적이고 강력한 마일스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