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지휘 간부 "신속 대응이 아니라 슈트 입은 IBS 대대 와야"
해병대 1사단장, 해병대원 복장 강조…"정신교육 철저히 시키라"
채상병 사건 현장 간부 "공보활동에만 치중, 뭐하는지 모르겠다"
"너무 공보 활동에만 치중된 활동이라 솔직히 뭐 하는지 모르겠다.

신속 대응이 아니라 슈트 입은 IBS(고무보트) 대대들이 와야 할 듯"
고(故) 채 상병 사망 사고 발생 전 현장 지휘관들이 현장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대화를 나눈 것으로 드러났다.

채 상병은 지난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실종자 수색에 동원됐다가 급류에 휩쓸려 순직했다.

12일 연합뉴스가 확보한 채상병 사건 당시 현장 지휘관들의 단체 대화방 내용을 종합하면 해병대 수사단이 최초 피의자로 분류한 해병대 A, B 중령(대대장) 외 대민 지원을 위해 현장에 배치된 대대장들이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지시에 부담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채상병 사건 현장 간부 "공보활동에만 치중, 뭐하는지 모르겠다"
A 중령은 채상병 사망 사고 발생 전날인 지난 7월 18일 오후 단체 대화방에 "사단장님 지금 7여단장 통화하면서 포병부대 정신교육 철저히 시키라고 했다"며 "나는 오늘 현장 지휘를 똑바로 못했다"고 자책했다.

또 "미칠 것 같다"며 "(사단장님) 엄청 화났다"고도 동료들에게 전했다.

이어 혐의자로 분류되지 않은 C씨는 "사단장님 숙소에 오셔서 여단 주임원사에게 왜 이렇게 현장에 늦게 도착해서 느릿느릿 작업하냐고 이야기했다"며 "상황을 설명하자 '그건 몰랐다.

잊겠다'고 했다.

이미 사기는 땅에 떨어져 버렸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채상병 사건 현장 간부 "공보활동에만 치중, 뭐하는지 모르겠다"
A 중령은 상황에 대해 "너무 SC(Strategic Communication·공보 활동)에만 치중된 활동이라 솔직히 뭐 하는지 모르겠다"며 "내일은 사령관님도 오신다는데. 신속 대응이 아니라 슈트 입은 IBS 대대들이 와야 할 듯"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해병대 측이 촬영한 사진이 언론에 노출되자 "이거 찍으려고 설정 사진 찍은 거였는데"라며 "뉴스에 나오니 좀 기분 풀린다"고 심정을 전했다.

B 중령은 같은 날 현장 상황에 대해 "비가 이렇게 오는데. 멈추질 않습니다"라며 "대대장 리더십 발휘 못 하면 끝장날 듯"이라며 걱정하기도 했다.

덧붙여 "사단장께서 첫날부터 뭐 이러쿵저러쿵…. 몇 번 건의했는데 안 됐답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들은 7월 18일 오후 "7여단장이 비가 많이 내리는 상황과 관련해 사단장에게 근무 시간 조정을 건의했으나 사단장이 근무 시간을 지키라는 지시를 했다"는 대화를 나눴다.

채상병 사건 현장 간부 "공보활동에만 치중, 뭐하는지 모르겠다"
임 사단장은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인 해병대의 복장에 대해 "해병대가 눈에 확 띌 수 있도록 가급적 적색 티 입고 작업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 "군 기본자세 유지 철저. 특히 방송 차량이 올 시"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달 24일 경북경찰청에 최초 해병대 수사단이 피의자로 분류한 임 사단장 등을 제외하고 A, B 중령에 대해서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시해 재이첩했다.

채상병 사건 현장 간부 "공보활동에만 치중, 뭐하는지 모르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