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박스권 증시, 수급이냐 실적이냐…전문가들도 의견 갈려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렘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유가‧금리‧환율 상승에 조정받은 증시…박스권에 갇혀
“악재 해소되면 기업실적” vs “투자 어려울 땐 수급 봐야”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주식투자의 난이도가 높아졌다. 미국의 국채금리와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증시를 짓눌렀다. 대응 방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대외 악재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기업 실적에 집중하라는 의견과 투자 난이도 높은 시장에서는 수급을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0.36% 상승한 2556.88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조정을 거친 뒤 박스권에서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서 비롯된 물가, 금리, 환율 불안이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됐다는 분석이다. 최재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증시에서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87달러를 넘어서 물가의 상방 압력을 높인 점이 시장 참여자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물가 안정이 늦어지는 모습이 나타나 미국 중앙은행(Fed)이 긴축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면서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것이다.

유가‧금리‧환율 악재 해소 기대되면…“기업실적 주목해야”

거시경제와 관련한 대외 악재가 해소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에 집중하라고 조언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리, 유가, 달러인덱스가 조만간 정점을 통과할 가능성을 제기하며 수출 실적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달러인덱스의 투기적 매수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는 점, 현재 국제유가가 주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의 균형재정유가보다 높다는 점, 뉴욕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하는 향후 12개월 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70%를 넘어선 점이 각 지표의 정점이 가까워지는 신호로 해석됐다.

이 연구원은 “주도주의 이익사이클을 결정하는 변수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수출”이라며 “수출 저점 통과를 통한 이익 개선 가능성이 있는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출 금액이 저점을 형성하고 증가로 전환한 업종으로는 기계와 화장품이 꼽혔다.

환율 상승으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제고됐다는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한국의 펀더멘털이 악화된 게 아니라 중국의 부동산 위기로 원화 가치도 덩달아 평가절하됐기 때문에, 오히려 기회가는 것이다. 올해 엔화 약세를 기반으로 일본 증시가 랠리를 보인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 적용됐다.

이달 코스피의 반등을 점친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매크로(거시경제)의 변동성이 작아지면 반대로 기업이익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며 “코스피 기업들의 순이익은 3분기부터 증익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11일 집계된 코스피 기업들의 3분기 지배주주귀속순이익 컨센서스는 25조6892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03% 많은 수준이다.

“투자 어려울 땐 ‘돈맥’ 파악해야”

반면 이혁진 연구원은 “증시 난이도가 올라갈 때는 ‘돈맥’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수급을 살피라고 조언했다. 그가 주목하는 테마는 에스테틱(미용의료)과 로봇이다. 에스테틱 관련 종목들은 최근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로봇 테마는 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MSCI)의 11월 정기 리뷰에서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은 종목들이 많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각각 유망 테마로 꼽혔다.

대외 악재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수급을 살피는 게 도움이 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달러와 고유가 환경의 지속으로 투자심리가 크게 개선되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는 인접 국가인 한국 증시에 부담이 되는 요인”이라며 “시장 방향성이 돈의 유출입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매도 거래가 가능한 대형주들의 수급 동향이 중요하다고 김 연구원은 강조했다. 공매도 비중이 확대되는 종목에 대해 주의하는 한편, 공매도 강도가 약한 종목 중에서 매수 후보를 고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경우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