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까지 월 6만5000원으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교통카드인 ‘기후동행카드’를 내놓는다는 소식이다. 내년 1~5월 시범 판매해 서비스를 시작하고 보완을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한다고 하니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통학하는 직장인·학생 등에게는 반가운 일이다. 서울시가 줄어든 대중교통 분담률을 높이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정책 실험에 나선 것은 의미가 있다. 서울 시내 온실가스 전체 배출량 중 수송 분야가 약 17%(약 763만t)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를 줄이려면 승용차 이용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 역시 무제한 이용요금을 도입해 대중교통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독일이 지난 5월 선보인 ‘도이칠란트 티켓’(월 49유로)은 1100만장이나 팔렸다.

기후동행카드 도입은 기후변화 대응, 시민 교통비 경감 등 기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적자의 늪에 빠진 서울지하철의 경영 정상화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게 사실이다. 65세 이상 대중교통 무임승차 연령 조정 등 무제한 교통카드보다 시급한 현안이 있는데도 서울시는 노인복지법을 탓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지하철 적자의 약 60~70%를 유발하는 무임승차에 따른 누적 적자가 2040년 17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서울연구원)까지 나와 있다.

무임승차 제도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상 경로우대(26조) 연령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법 제정 당시 66.1세이던 평균 기대수명이 83.6세(2021년 기준)까지 길어진 만큼 상향 조정할 당위성이 충분하다. 기준을 70세로 높이되 빈곤 노인을 따로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 무료 탑승이 없는 영국, 일정 소득 이하만 공짜 탑승을 허용하는 프랑스 등의 사례도 검토해볼 만하다.

노인 표를 의식해 문제 해결을 미룬다면 서울지하철 경영 정상화는 요원하고, 다른 이용자들은 지속 상승할 요금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지하철 적자는 서울은 물론 부산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등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공요금이 정치와 포퓰리즘에 계속 휘둘리면 주요 도시 지하철이 ‘제2의 한국전력’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