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를 원활하게 다룰 수 있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전 산업에서 AI를 도입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AI 주도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전략적으로 AI 인재를 양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2022년 AI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1915개 설문 대상 기업 중 ‘AI 인력 부족으로 사업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81.7%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20년 48.8%, 2021년 71.2%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작년 11월 오픈AI의 챗GPT가 공개된 이후 AI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이 숫자가 더 커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신기술 분야 인력수급 전망에서도 AI 전문 인력 부족이 여실히 드러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AI 분야는 2027년 1만2800명의 신규 인력 부족 현상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구개발(R&D)을 맡을 석·박사급 고급인력 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급인력은 2만1500명의 수요가 발생하지만 공급은 1만3000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AI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빅데이터 분야에서도 1만9600명의 신규 인력 부족 현상이 예상된다.

기존 인력에 대한 재교육도 과제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경영진은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인사관리 과제로 기존 직원의 새로운 AI 역량 개발을 꼽았다. 응답자들은 AI 도입에 따라 향후 3년간 인력의 40%는 재교육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AI 인력 몸값은 날로 치솟고 있다. 글로벌 채용 컨설팅기업 로버트월터스의 2023년 디지털 연봉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AI·머신러닝 분야 리서치 전문인력 연봉은 지난해 최대 1억7000만원에서 올해 3억원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업체 간 인력 쟁탈전도 치열하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지난 6월 SK텔레콤을 상대로 ‘자사 AI 인력 빼가기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