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잠수정·로봇물고기 등 참관…낙후한 동북 지역서 '과학·농업' 강조
시진핑, '美제재' 하얼빈 군사기술대학 방문…'기술보국' 주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전략 경쟁 속에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된 군사대학을 찾아 첨단 군사 장비를 둘러보고 '국방 과학·기술 발전'을 강조했다.

10일 관영 중국중앙TV(CCTV)와 홍콩 일간지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 6∼8일 중국 동북부 헤이룽장성을 시찰한 시진핑 주석은 7일 하얼빈공정대학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하얼빈공정대학은 '하군공'(哈軍工)의 좋은 전통을 드높이고, 강국 강군의 요구에 적극 부응해야 한다"며 "교육과 과학·기술, 인재 사업을 차질 없이 이행해 교육 강국과 과학·기술 강국, 인재 강국의 공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아울러 "청년 학생이 '기술보국'(技術報國·기술로 국가에 보은)의 뜻을 확고히 세우고 과학의 정점에 용감히 올라 강국 건설과 민족 부흥의 위업에서 청춘의 빛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수중무인장비의 전체 발전 상황과 최신 기술을 소개받았다고 명보는 전했다.

대학 측은 자율무인잠수정(AUV) '우쿵'(悟空·손오공)과 수중 로봇, 바이오 로봇 물고기 등의 장비와 실험실도 선보였다.

'우쿵'은 2021년 마리아나 해구에서 수심 1만896m를 잠수한 기록을 가진 잠수정이다.

하얼빈공정대학은 1953년 설립된 인민해방군 군사공정학원(약칭 '하군공')을 계승해 1994년 이름을 바꾼 곳이다.

중국의 7대 군사대학(베이징항공항천대학, 베이징이공대학, 하얼빈공업대학, 하얼빈공정대학, 시베이공업대학, 난징항공항천대학, 난징이공대학) 가운데 한 곳이기도 하다.

중국일보는 "하얼빈공정대학은 국가의 중대 전략적 요구에 부응해 국방 과학·기술 혁신의 사명을 짊어지고 높은 수준의 자립자강을 위해 복무하고 있다"며 "삼해일핵(三海一核·선박공업, 해군장비, 해양개발과 핵에너지 응용)의 중점 영역에서 우수한 전문 인재를 육성해 80% 가까운 졸업생이 공업화·정보화·국방 현대화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2020년 발효된 미국 상무부의 거래제한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된 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산 물품을 입수하거나 입수를 시도했다는 게 제재 사유다.

이번 시찰에서 시 주석은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으로 꼽히는 동북 3성(헤이룽장·지린·랴오닝성)이 과학·기술과 농업을 축으로 부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동북 지역은 철강과 석유 등 중공업 기지로서 계획경제 시기에는 국가 발전을 주도했지만, 개혁·개방 이후에는 국유기업 쇠퇴 등으로 인해 활력을 잃었다.

시 주석은 "동북 지역은 자원 조건이 비교적 좋고 산업 기초가 튼튼해 발전 잠재력이 크다"며 "동북은 전면적인 진흥의 중대한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동북은 과학 교육과 산업적 장점을 발전의 계기로 삼기에 유리하고,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더 두드러지게 해 새로운 발전 구도를 만들 수 있다"며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하려면 동북의 전략적 지지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대표적 곡창 지대인 동북 지역이 식량 안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농업·농촌 현대화도 가속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