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가 신입 사원들의 임금을 삭감했다. 한때 뜨거웠던 시간제 근로자의 고용 열기가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월마트가 새로 고용하는 매장 내 시간제 노동자의 임금을 하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새로운 임금체계를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월마트는 그동안 온라인 쇼핑 부서 등 일부 신입 직원의 임금을 다른 부서보다 높게 책정했지만, 최저임금에 맞춰 매장 내 시간제 근로자의 임금 체계를 손봤다. 기존 근로자는 급여가 삭감되진 않을 전망이다.

월마트는 미국에서만 16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유통 공룡이다. 올해 초에만 해도 월마트는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최저시급을 평균 12달러에서 14달러로 높였다. 월마트가 이번에 임금 체계를 조정한 건 고용시장에서 노동자 우위 현상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신호란 해석이 나온다. 고용주들이 노동자를 붙잡기 위해 인건비를 더이상 높이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알리스파트너스의 컨설턴트인 데이비드 바숙은 “소매업체들이 연말 쇼핑시즌 소비 침체를 예상해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월마트의 움직임은 업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소매 회사인 어플라이언스 팩토리 앤 매트리스 킹덤은 지난해만 해도 시간당 20달러를 주고 행정직원을 채용했지만, 최근엔 시간당 18달러로 시급을 조정했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실제 미국의 고용 열기는 진정되는 모습이다.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은 3.8%로 작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18만7000개 증가했지만, 지난 12개월 평균 증가 폭(27만1000건)을 대폭 하회하면서 노동시장 과열 둔화세가 뚜렷한 상황이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이 진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WSJ은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직접적인 요인은 아니지만, 물가 및 생산성 등을 대표한다”며 “완만한 실업률 증가는 경제 연착륙에 있어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