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남성복 시장 부동의 1위 ‘갤럭시’가 탄생 40주년을 맞아 캐주얼 중심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거듭난다. 이탈리아 정통 클래식을 표방하며 1983년 출범한 갤럭시가 브랜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정장에서 캐주얼로 선회하는 건 최근 몇 년 새 가속한 남성복 시장의 지형 변화에 따른 조처다.

정통 남성복에서 캐주얼로

새로운 갤럭시 디자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새로운 갤럭시 디자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5일 ‘갤럭시 40주년’을 맞아 서울 한남동 란스미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발표했다. 새 BI는 ‘테일러드 엘레강스(tailored elegance·남성의 우아함)’로 요약된다.

정형화한 남성복 브랜드가 아니라 취향이 확고한 고객을 겨냥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한다는 의미라는 게 삼성물산의 설명이다. 브랜드 로고도 15년 만에 변경했다. 기존 로고의 특징을 유지하되 서체를 고딕체로 바꿨다.

갤럭시가 대대적인 브랜드 리뉴얼에 나선 건 글로벌 남성복 시장의 흐름에 따른 것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정장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제냐’, ‘브루넬로 쿠치넬리’ 등 글로벌 럭셔리 남성복 브랜드들도 정통 슈트에서 캐주얼·스포티캐주얼로 콘셉트를 바꾸고 있다.

갤럭시도 기존의 틀을 깨고 캐주얼·젠더리스(성 구분 없는)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갤럭시 매출에서 캐주얼이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50~60%에서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탈리아 ‘발스타’, ‘딸리아또레’ 등 해외 럭셔리 캐주얼 브랜드와의 협업도 진행한다.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 컬렉션도 지속해서 선보일 예정이다.

프리미엄화에도 속도

새로운 갤럭시 디자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새로운 갤럭시 디자인. 삼성물산 패션부문 제공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한국 직진출이 본격화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고급화에도 주력한다. 캐주얼은 물론 정장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한다는 게 갤럭시의 전략이다. 이무영 삼성물산 남성복사업부장(상무)은 “정장을 입는 빈도는 줄었지만 프리미엄 맞춤 정장 수요는 더 늘어날 수 있다”며 “프리미엄 정장 시장 1등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갤럭시가 최고급 비스포크(맞춤) 라인과 프리미엄 캐주얼 제품군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격대에 따라 △명품 수준의 ‘란스미어’ △자체개발 소재를 사용하는 고급라인인 ‘프레스티지’ △합리적인 가격대의 ‘갤럭시’ △30대 고객을 겨냥한 ‘GX’ 등으로 라인업을 세분화했다. 최고급 수입 원단을 주로 활용하는 란스미어는 정장 한 벌이 300만~500만원 수준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수준도 끌어올린다. 플래그십 매장인 ‘란스미어 한남점’의 콘셉트를 적용한 ‘아뜰리에 디 갤럭시’ 매장을 1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아뜰리에 디 갤럭시에서는 전문가의 맞춤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상무는 “올해 갤럭시의 매출은 1600억원대로 예상되는데, 2028년까지 연매출 2500억원대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