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 동안구에 있는 평촌신도시가 조성 30년 만에 확장되고 있다. 원도심 비산1동과 호계1동 내 재건축·재개발로 생겨난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이 지역도 사실상 평촌신도시로 편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부터 내년 4월까지 동안구 내 신규 아파트에 입주하는 가구는 1만6000가구에 달한다. 특히 신규 입주 물량이 집중된 동안을 지역구에선 보수표 중심의 평촌신도시와 진보적 성향의 원도심이란 전통적 구도가 붕괴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신규입주 1.6만가구 평촌신도시…보수에 유리한 구도 만들어지나
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안양 호계1동에는 2886가구 규모의 평촌센텀퍼스트 단지가 입주한다. 2021년엔 안양 최대 단지 평촌어바인퍼스트(3850가구)가 입주를 마쳤다. 이에 따라 호계1동은 지난 총선 당시 안양시 전체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 동(8149명)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약 2만6000명) 젊은(평균 연령 37.8세) 동으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호계1동은 한때 동안을 내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으로 분류됐지만, 인구 구성이 변하며 표심도 흔들렸다. 현역인 이재정 민주당 의원은 지난 총선 당시 호계1동에서 55.6%를 득표해 지역 내 9개 동 중 두 번째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어바인퍼스트 입주가 시작된 이후 치러진 2022년 대선에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48.44%로 이재명 민주당 후보(48.34%)보다 더 많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지난해 안양시장 선거는 민주당 승리로 끝났지만, 호계1동만 놓고 보면 국민의힘이 이겼다.

호계1동의 중요성이 부상하자 양당의 총선 준비도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재정 의원실은 어바인퍼스트 입주민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민원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어바인퍼스트와 센텀퍼스트 입주자의 70% 정도가 외부 이주민으로 추정된다”며 “젊은 유권자들이 정당이 아니라 인물 경쟁력을 보고 투표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재정 의원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여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도 호계1동에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어바인퍼스트 주민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나선 적이 있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맘카페와 입주민 단체대화방에서 교육, 교통, 치안 현안을 파악하고 공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당은 이르면 연말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1기 신도시 재건축법을 승부처로 꼽았다. 평촌신도시는 그간 용적률 제한과 안전진단 등 문제로 사실상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1기 신도시 재개발 법안에 용적률 및 안전진단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지역구 내 민심이 요동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학군이 우수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평촌신도시에서 재건축이 이뤄지면 원도심 내 신축 아파트 선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지역구 내에서 이해관계가 정반대로 갈리는 사안이라 양당 모두 한쪽 편을 쉽사리 들지 못하고 있다.

안양=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