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평등과 불공정은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큰 적"
“자유를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적은 불평등과 불공정이다.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공정과 상식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세력을 키운다.”

김병준 한국경제인협회 고문(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자유와 시장: 석학들에게 답을 얻다>를 통해 내놓은 한국 사회 진단이다. 함승희 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이끄는 민간싱크탱크 오래포럼이 펴낸 이 책에는 김 고문을 비롯한 17명의 석학이 정치, 경제, 사회, 복지 등 다양한 분야의 이슈를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관점에서 비판하고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

김 고문은 보수주의자들이 ‘퍼주기 복지’를 비판하기만 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국가가 필요한 최소한의 개입을 하는 ‘보충성의 원칙’에 기반한 자유주의 버전 분배정책을 내놔야 할 때”라는 것이다.

최연혁 스웨덴 쇠데르턴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고의 복지는 노동임금”이라고 강조했다. 복지가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라기보다 일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한 사람의 복귀를 돕는 차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선 “낸 만큼 혜택을 받는다는 원칙이 무너질 때 언제든 붕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규제개혁위원장은 “시장은 불완전하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오해”라고 봤다. 그는 “대한민국 경제 발전은 민간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를 존중한 시장친화적 전략 때문”이라며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경제 지속 발전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시장경제가 유지되기 위한 조건으로는 ‘기회의 균등’을 꼽았다. 기회와 절차의 공정성을 높여야 건전한 시장경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시장경제 원칙이 현실정치와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명예교수도 현 정부의 국정 철학이 선명하게 부각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김숙 전 유엔 대사,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명예교수,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등은 외교와 금융, 기후변화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