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연락이 두절됐다가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챙기려고 나타난 80대 친모가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2심 법원에서도 이어졌다.

부산고등법원 2-1민사부는 31일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 항소심에서 고(故) 김종안 씨의 친모 A씨 손을 들어줬다.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 1심 판결이 유지된 것이다.

김씨는 2021년 1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로 인해 실종됐다. 사고 후 고인 앞으로 사망 보험금 2억3000여만원과 선박회사 합의금 5000만원 등을 합한 3억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왔다. 수협은 법원에 김씨의 사망 보험금을 공탁했다.

고인이 두 살이던 54년 전 집을 나간 A씨는 이 소식을 듣고 민법의 상속 규정을 앞세워 공탁금 청구권을 주장했다. 민법에서는 상속 1순위를 직계비속(자녀)으로, 2순위를 직계존속(부모)으로 두는데 미혼인 김씨는 자녀가 없기 때문에 상속권이 A씨에게 넘어갔다. A씨는 작년 12월 김씨의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벌여 1심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유족 측은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아들을 양육하지 않은 책임이 오로지 A씨에게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A씨의 가출 후 김씨가 불우한 환경에서 어렵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행방불명 급여를 A씨가 아닌, 친누나에게 귀속해야 할 특별한 사정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A씨에게 사망 보험금의 일부인 1억원을 고인의 친누나인 김종선 씨에게 지급하라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친누나 김씨는 “부모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람은 법적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