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도리를 찾아서 개봉을 기념해 LG전자가 선보인 스마트폰 홈테마. 자료=LG전자
지난 2016년 도리를 찾아서 개봉을 기념해 LG전자가 선보인 스마트폰 홈테마. 자료=LG전자
'니모를 찾아서(finding Nemo)'는 유명한 픽사의 애니메이션 영화다.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주변에서 살다가 스쿠버다이버에게 붙잡혀 수족관에 갇힌 니모를 찾아 아빠 말린과 친구 도리가 모험을 떠나는 내용을 그렸다. 2016년에는 건망증이 심한 도리를 주인공으로 한 속편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까지 나왔다.

최근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라는 제목의 메모 하나가 화제가 됐다. 이 메모를 쓴 곳은 노르웨이 중앙은행. 통화정책과 경제전망을 다루는 중앙은행이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니모(NEMO)가 알려주는 노르웨이 경제전망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도리를 찾아나선 이유를 알기 위해선 니모부터 시작해야한다. 노르웨이는 매년 니모에게 거시경제를 물어본다. 월드컵 경기 승부예측을 하는 문어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애니메이션 주인공에게 물어보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사용하는 거시경제 모델 이름이 니모(NEMO)다. 풀어서 쓰면 노르웨이의 경제 모델(the Norwegian Economy Model)의 앞글자들을 딴 것이다. 매우 단순하다. 노르웨이는 니모를 통해 경기순환 변동의 원천을 파악하고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거시경제 전망을 산출한다. 통화정책 분석도 니모의 몫이다.

니모(NEMO)가 노르웨이 중앙은행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6년. 영화의 개봉이 2003년이었으니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2019년 낸 모델에 관한 논문의 제목(Navigating with NEMO)에도 니모와 함께 여행하는 느낌이 든다.
'니모'에게 경제 묻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애니에 꽂힌 이유 [강진규의 BOK워치]
도리(DORY)는 영화에서도 그렇지만 니모에서 파생된 모델이다. 니모가 거시변수들을 활용해 경기 전망을 한다면, 도리는 거시변수의 기본 추세를 식별하는 데 쓰인다. 최근 나온 보고서 '도리를 찾아서(Finding DORY)'도 경제전망 모델인 '도리'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이다.

BOKDPM, BOKDSGE, 한국의 경제전망 모델

중앙은행 등이 사용하는 거시경제 모델에는 이처럼 이름이 붙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행은 중기전망을 할 때 BOKDPM, BOKDSGE 등을 쓴다. 한국은행의 영문 약자인 BOK(Bank Of Korea)에 모델의 이름을 이어붙인 것이다.

BOKDSGE에서 DSGE는 동태·확률 일반균형모형(Dynamic Stochastic General Equilibrium Model)의 약자다. 이 모형은 2006년 개발됐다. 경제주체의 최적화행위, 가격경직성 등을 반영하지 못했던 종전의 모델을 개량한 것으로, 이 모델 개발 이후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과의 전망 수준 격차를 크게 좁힌 것으로 평가된다.
'니모'에게 경제 묻는 노르웨이 중앙은행…애니에 꽂힌 이유 [강진규의 BOK워치]
BOKDPM은 2009년 나왔다. DPM은 'Dynamic Projection Model'을 뜻한다. 당시 이 모델을 소개한 논문에서는 예측력과 현실적합성을 높인 모델로 설명했다. 올 초에는 거시경제 모델을 전담하는 거시모형실을 신설하는 등 모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한은은 이같은 거시경제 모델을 활용해 경제전망을 한다. 물론 모델이 산출한 값을 기계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 모델이 내놓은 답이 현실과 부합하는지를 놓고 치열한 토론을 거쳐 최종적으로 우리가 보는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등의 수치가 공개된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4%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