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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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低) 현상이 이어지며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일학개미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들어 일본 주식 1억427만달러(약 1378억원)를 순매수했다. 지난해 8월(946만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다. 전날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보관금액도 33억5254만달러(약 4조4321억원) 작년 12월 말 26억1108만달러에 비해 28% 이상 늘었다.

일본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ETF에도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는 'ACE 일본Nikkei225(H)' ETF를 12억원 순매수했다. 지난해 순매도 흐름을 보였지만 올해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 상품은 일본 증시의 대표 지수 닛케이225지수를 추종한다. 올해 들어 닛케이225지수는 23.9% 급등했다.

엔저 현상이 투자 수요에 불을 지핀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고, 실적도 개선된다. 또 일본을 여행하는 해외 관광객도 늘어난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여행 수지 개선, 반도체·자동차 업황 회복에 힘입어 일본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선진국의 경우 자국 통화가 약세를 보일 때 증시가 아웃퍼폼하는 경향이 있는데, 일본은 그런 경향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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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엔화 환율은 바닥에 머물러 있다. 6월 원·엔 환율은 약 8년 만에 800원대까지 하락했다. 전날 원·엔 환율은 907.49원에 마감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4%가량 밀렸다. 엔저 현상은 일본은행(BOJ)이 통화 완화 정책을 고수해 온 영향이 크다.

당분간 엔저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본 당국이 금융 완화정책을 고수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잭슨홀 회의에 참석해 "일본의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아직 (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보다 다소 낮다"며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달 기준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3.1%(전년 동기 대비)였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달 18일에도 "금융중개 기능과 시장기능을 배려하면서 끈질기게 금융완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더라도 국내 투자자에겐 기회가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엔화의 가치가 높아지면 환차익으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나 중국의 부동산 위기와 같은 변수가 발생할 경우 엔화의 가치는 올라가고, 원화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며 "원·엔 환율 상승은 돌발 변수로 발생한 손실을 방어하는 보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