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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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와 농협하나로마트가 1L짜리 흰 우유 가격을 3000원 이내로 책정한다고 발표했다. 추석을 한 달 앞두고 정부의 물가관리 방침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다른 유업체와 유통사들은 “정부의 영향이 많이 미치는 회사들의 결정인 만큼 사실상 우유값 가이드라인으로 읽힌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우유값 인상 최소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오는 10월 1일부터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1L짜리 ‘나100%우유’ 제품 출고가를 3%대로 올린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인상 폭(6.6%)의 절반 수준이다.

3.1%의 인상률을 적용하면 1L 서울우유 대표제품의 대형마트 소비자가격은 현재 2890원에서 89.6원 올라 2980원이 된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원유 기본가격 인상과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라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 물가 안정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우유 "1L 흰 우유, 3000원 안 넘긴다"
지난 7월 낙농업계와 유업계 협의체인 낙농진흥회는 원유 가격 인상 폭을 L당 음용유 88원(8.8%), 가공유 87원(10.9%)으로 합의했다. 이어 이날 이사회에서 음용유용 우유 기본가격을 L당 1084원, 가공유용은 887원으로 확정했다. 원유가격 인상 폭은 가격 연동제가 시행된 2013년 첫해 106원(12.7%) 오른 후 최고치다. 우유 소비자가격은 원유 기본가격에 농가로 들어가는 인센티브, 제조비, 물류비, 유통마진 등을 더해 정해진다.

당초 업계에선 올해 낙농가와 유업계가 협상한 원유 기본가격 인상안에 따라 1L 기준 흰 우유 소비자가격이 3000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내 우유 시장의 40%를 점유한 1위 사업자 서울우유가 먼저 가격 인상 최소화 방침을 밝히면서 다른 유업체들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유업계 실적 타격 ‘비상’

유통사 중에선 농협하나로마트가 우유값과 관련한 방침을 가장 먼저 밝혔다. 이날 농협하나로마트는 1L, 900mL 등의 흰 우유 대표품목을 2980원 이하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우성태 농협경제지주 대표는 “소비자에게는 가격 부담을 낮춰주고 낙농가에는 소비 감소 우려를 덜어주는 대응책의 일환으로 가격 인상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농협하나로마트는 서울우유 외에 흰 우유 대표품목이 어떤 브랜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다른 우유도 3000원 밑의 가격을 적용할지 정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유통·식품업계에선 정부가 농협과 농협 조합에 속한 서울우유를 내세워 우유값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L당 흰 우유 3000원 시대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원유 가격은 대폭 올랐는데 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기업에서 손실을 감내하라는 뜻”이라고 했다.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유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유업계 관계자는 “추석 전 10월 이후 적용할 우유값을 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9% 급감하는 등 실적이 악화해 최근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하수정/양지윤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