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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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우유와 농협하나로마트가 1L 짜리 흰 우유의 가격을 3000원 이내로 맞추겠다고 발표했다. 추석을 한 달 앞두고 정부의 물가관리 방침에 부응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다른 유통사와 유업체들은 사실상 정부가 우유 값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원유 기본가 올라도 우유 값 인상 최소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오는 10월 1일부터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1L ‘나100%우유’ 제품의 출고가를 3.0% 인상한다고 29일 밝혔다. 지난해 인상 폭 6.6%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 인상률을 적용하면 1L 서울우유 대표제품의 대형마트 소비자가격은 현재 2870원에서 86.1원 올라 2956원이 된다.

서울우유협동조합 관계자는 “원유 기본가격 인상와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의 어려운 상황임에도 소비자 물가 안정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인상폭을 최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낙농업계와 유업계 협의체인 낙농진흥회는 원유의 가격 인상폭을 L당 음용유 88원, 가공유 87원으로 합의한 데 이어 이날 이사회에서 최종 가격을 확정했다. 이 같은 인상폭은 원유 가격 연동제가 시행된 2013년 첫해에 106원 오른 이후 최고치다.

음용유용 기본가격은 L당 1084원, 가공유용 기본가격은 L당 887원으로 결정됐다. 우유 소비자 가격은 원유 기본가격에 농가로 들어가는 인센티브, 우유 가공에 따른 제조비, 물류비, 유통마진 등이 더해져 형성된다.

당초 올해 낙농가와 유업계가 협상한 원유 기본가격 인상안에 따라 1L 기준 흰우유의 소비자가격은 3000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국내 우유 시장 40%를 점유한 1위 사업자인 서울우유가 먼저 가격 인상 폭 최소화 방침을 밝히면서 다른 유업체들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유업계 실적 타격 ‘비상’

유통사 중에선 농협하나로마트가 우유 값과 관련한 방침을 가장 먼저 밝혔다. 이날 농협하나로마트는 1L, 900㎖ 등 흰우유 대표품목을 2980원 이하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우성태 농협경제지주 대표는 “소비자에게는 가격부담을 낮추고, 낙농가에게는 소비감소 우려를 덜 수 있는 대응책의 일환으로 가격인상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농협하나로마트는 서울우유 외에 흰우유 대표품목이 어떤 브랜드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다른 우유도 3000원 밑의 가격을 적용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유통·식품업계에선 정부가 농협과 농협 조합에 속한 서울우유를 내세워 우유 값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L당 흰 우유 3000원 시대를 막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원유 가격은 대폭 올랐는데 제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은 기업들에게 손실을 감내하라는 뜻”이라고 토로했다.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유업계는 비상에 걸렸다. 유업계 관계자는 “서울우유의 발표가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며 “추석 전 10월 이후 적용할 우유 값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0.9% 급감하는 등 실적이 악화해 최근 50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남양유업은 2020년부터 3년간 적자행진을 이어왔다.

하수정/양지윤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