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층 절반에 신진 K패션 … 신세계 센텀 '대변신'
2020년 코로나19 창궐 후 3년간 백화점 호황을 견인했던 명품들이 올해 들어 경기 둔화 충격을 받고 있다. 백화점 ‘빅3’(롯데·신세계·현대)의 올해 명품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이 한 자릿수를 가까스로 지키는 가운데 명품을 대체할 ‘효자’ 상품을 발굴하는 게 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 부산 센텀시티점은 올 들어 매장 구성(MD)을 ‘K패션’ 중심으로 확 바꿔 효과를 톡톡히 본 대표적 점포로 손꼽힌다. 개성 있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대거 유치해 부산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신규 매장 전체 K패션으로

지난 25일 찾은 신세계 센텀시티점 4층 ‘뉴 컨템퍼러리 전문관’(사진). 신세계는 이곳의 재단장 공사를 올 6월 시작해 약 3개월 만에 전체 47개 매장 중 23개를 새 브랜드로 채워 이날 재개장했다. 23개 모두 국내 신진 패션 브랜드다.
2개층 절반에 신진 K패션 … 신세계 센텀 '대변신'
이 가운데 ‘렉토’ ‘그로브’ ‘킨더살몬’ 등 14개 브랜드는 백화점에 처음 입점했다. 대만에서 온 관광객 이반 씨(28)는 “‘와릿이즌’ ‘모이아’ 등 대만에서 익히 들었던 브랜드가 많다고 해 왔는데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이 전문관의 주타깃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성이다. 가방, 주얼리, 코스메틱 등을 따로 담을 수 있는 액세서리 존을 구성했고, 별도의 팝업스토어 공간도 마련했다. 신세계는 2월에도 8879㎡ 면적의 센텀시티점 지하 2층을 국내 최대 규모의 영 패션 전문관 ‘하이퍼그라운드’로 탈바꿈시켰다. 전체 47개 브랜드 중 20개를 새로 입점시켰는데, 대다수가 ‘MMLG’ ‘포터리’ 등 K브랜드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은 K패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하이퍼그라운드 개장 후 지난달 말까지 이곳의 20대와 30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 87% 늘었다. 부산 외 지역의 고객 수가 6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루·샤 대체 의도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지난해 매출은 1조8449억원으로, 비(非)수도권 1위, 전국 4위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포함해 탄탄한 명품 라인업을 갖췄는데도 K브랜드 중심의 매장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 배경엔 올 들어 본격화한 패션 소비 트렌드 변화가 있다. 불경기로 명품 소비가 위축됐지만 한국 브랜드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새로 유입되는 추세다. 신세계 센텀시티점의 지난 1~7월 외국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5.0% 증가했다.

이 중에서도 하이퍼그라운드는 외국인 매출이 564.1% 늘어 회사 관계자들까지 깜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센텀시티점에서 만난 싱가포르인 베로니카 씨(47)는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같은 싱가포르에서도 유명한 한국 브랜드 매장을 찾아 센텀시티점에 왔다”고 말했다.

3월부터 부산항에 크루즈선 입항이 재개된 점도 호재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산에 입항한 국제 크루즈선은 50척이 넘는다. 여기서 내린 크루즈 관광객 수만 5만3000여 명에 달한다. 하반기에도 50척 이상 크루즈의 부산 입항이 예정돼 있다.

K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운 센텀시티점은 신세계백화점의 K패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새로 선보인 뉴 컨템퍼러리 전문관은 MZ세대가 열광하는 디자이너 브랜드가 중심”이라며 “국내외 소비자를 망라한 MZ세대의 쇼핑 메카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